Category: Office Space

운좋은 해, 고달픈 해

어느새 5월도 반이 지나갔다. 올 봄은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이 많고,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낮아서 아침 저녁으로 아직까지 쌀쌀하다. 그러나 겨울동안 덮었던 담요들을 부지런히 모두 빨아서 정리를 했기 때문에 그저 잠옷안에 옷 하나를 더 껴입고 자고 있다. 보통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Memorial Day (현충일)가 시작되는 주말쯤이 되면, 수영복만 걸치거나 비치(beach)타올을 허리에 둘둘 말아서, 동네를 걸어다니는 어린이와 젊은애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고, 어른들도 수영복만 걸치고 애들을 유모차에 태워서 즐겁게 걷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드디어 동네 수영장들이 열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튼 5월은 일년 중 가장 아름답고 즐거운 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국에는 특히 5월에 공휴일이 많이 있어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학생들은 달력위의 빨간 날짜를 보면서 즐거워한다. 그러나 월급을 줘야하는 회사 운영자나 수주 마감일이 다가오는 기업들은, 휴일 많은 달이 반갑지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해는 주말과 휴일이 겹친 긴 연휴가 있는 운 좋은 해와, 또 어떤해는 주말을 다 피해가는 고달픈 해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공휴일은 특별히 올해 처럼 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해 (4년에 한번) 를 제외하고는, 모든 해의 휴일 수가 일정하다. 독립기념일 (7 4), 새해 첫날 (1 1), 재향군인의날 (11 11), 그리고 크리스마스 (12 25)를 제외하고는 정부가 제정한 휴일들이 몇번째 주, 무슨 요일로 정해져 있으며, 그렇게 특별한 날짜로 정해진 휴일이 토요일이면, 대신 금요일을 놀고, 일요일과 겹치게 되면, 월요일을 놀기 때문이다. 주정부 공무원, 우체국, 은행, 학교, 정부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거의 모두 쉬지만, 개인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사장의 제량에 따라 쉬게 된다. 여기 공휴일 정하는 법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고 하는데 동감을 한다. 아마도 임금이나 세금과 관련된 법규나 집행이 까다롭다 보니, 휴일이 하루 많아지거나 적어지면, 그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도 그런 방법으로 휴일을 정한다면 아주 합리적이고 서로 공평할 것 같다. 그러면서 참고로 미국의 휴일을 적어보았다.

정부 제정 휴일 (: 2009)

·   New Years Day: 1 1

·   Martin Luther King Day: 1 19 (1월 세째 월요일)

·   Inauguration Day (대통령 취임식): 1 20 ( 4년 마다)

·   Presidents Day (혹은Presidents Day is also Washingtons Birthday-워싱턴 대통령의 생일날): 2 16 (2월 세째 월요일)

·   Memorial Day (현충일): 5 25 (5월 마지막 월요일)

·   Independence Day (독립기념일): 7 4

·   Labor Day (노동절): 9 7 (9월 첫째 월요일)

·   Columbus Day (콜럼버스의 날-미국 대륙을 발견한 사람): 10 12 (10월 둘째 월요일)

·   Veterans Day (재향군인의 날): 11 11

·   Thanksgiving Day (추수감사절): 11 26 (11월 넷째 목요일)

·   Christmas Day (성탄절): 12 25

회사에서 낮잠을 잔다?

어제 밤까지 이어진 바쁜 스케줄에 이어서, 오늘 둘째의 새벽미사 복사 일정까지 마치고 회사를 출근했다. 점심을 먹고 책상에 앉아있으니 슬슬 피곤함과 함께 졸음이 쏟아진다. 마음 같으면 그냥 책상에 엎드려 몇분간 꿀맛같은 낮잠을 청하고 싶지만 감히 그러지를 못한다. 왜냐하면 거의 10년이 되가는 직장 생활 동안 정말 한번도 책상에 엎드려 자는 직원들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한 기억으로는 그런 정도의 낮잠은 서로 눈감아 줬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렇게 대놓고 책상이나 의자에 앉은 채 낮잠을 청한다면 그게 일분이 되든 몇분이 되든간에 “You are fired.” 의 불씨를 주기 때문에 감히 그러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다. 좀 졸리면 턱을 괴고 눈을 감을 수는 있겠지만, 아주 졸리면 아예 밖으로 나가서 잠을 쫓아내고 오든지, 차에 들어가서 몇분을 쉬든지, 아니면 화장실 안에서 몇분을 쉬든지 하는것 같다.

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리일을 했던 어떤 여자는 임신을 했을 때,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아예 화장실 바닥에 옷을 깔고 잔 적이 있다고 했고, 수퍼마켓 안에 있는 약국에서 일을 했던 어떤 약사는 그런거 조차 꿈도 꿀수 없었고, 일을 하는 8시간 동안에는 절대 앉을 수 없는 규칙 때문에 괴로웠다는 걸 들으면서 직장생활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를 느낄수 있었다.

여기도 회사에서 윗자리로 올라 갈수록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어 일을 할 수 있고, 개인작가들이나, 개인사업자들도 어느정도 나름대로 시간을 조절하면서 일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특수한 직업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근로자들은 아마도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반면에 아주 철저하게 업무관리를 한다고 해도 여기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 그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본다. 네가 아는 어떤 엄마는 영어도 아주 잘하고 직장도 좋은데 점심시간에 한국 처럼 직원들과 오손도손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 함께 수다 떠는게 그리워서 향수병과 우울증을 앓다가 결국 한국으로 애와 함께 돌아갔지만, 이민자가 많고 특별히 한국인이 많이 근무 하는 우체국에서 일을 하는 어떤 엄마는 점심시간에 같은 그룹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점심을 먹을 수 있고, 한국음식에 김치까지 갖고 와서 먹을 수 있는게 너무 좋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도 정년까지 일을 하겠다는 걸 보면서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힘이 강한 쪽이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는 걸 느낀다. 만약에 그 우체국에 이민자들이 많이 없다면 그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졸음 덕분에 오늘은 큰 아들이 선물로 준 스타벅스커피 카드로 진한 블랙커피를 마시면서 잠시나마 바깥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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