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House

잡초와의 전쟁 (2)

나는 4년이 넘게 거의 매일 바지만 입었었는데, 드디어 지난 가을 부터 치마를 다시 입기 시작했다. 무슨 종교적인 이유나 특별한 흉터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고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많은 모기에 물렸고, 특히 다리에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간지러워 수시로 벅벅 긁다보니 딱지가 생겼고, 그게 떨어져 나간 자리가 동그란 갈색으로 남아서, 치마를 입으면 마치 피부병 걸린 여자 처럼 오해 받게 돼 버렸다.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 오기전에 살던 집을 팔려고 부동산에 내 놓은 후, 되도록 빨리 팔리게 하려고 집 안밖을 잘 손질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한 이웃과 얘기 하던 도중, 잔디에 좋은 제초제를 뿌려주면 매일 잡초 뽑는 수고를 한결 덜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마치 엄청난 비밀을 찾아낸 양 기뻐서, 그 제초제와 똑같은 상품을 바로 사다가 그 날 오후에 골고루 잔디 위에다 뿌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그 때 마침 엄마가 한국에서 방문을 하셔서, 바쁜 나를 위해 잔디 관리를 잘 해주고 계셨는데, 엄마가 생각하시기에 그 제초제를 뿌린 후 물을 뿌려주면 약 효과가 더 빨리 전달되서 좋을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 역시 그 제초제의 사용방법을 자세히 읽지 않아서 엄마와 같은 생각을 했다. 제초제도 뿌리고 물도 준 후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에 커피 한잔을 하면서 앞 정원을 바라보는 순간 완전히 기절 초풍 할뻔 했다. 잔디가 완전히 갈색으로 변해서 깡그리 죽어있는게 아닌가? 보통 잔디를 수시로 잘 가꾸고 관리하는 여기 아빠들은, 제초제 뿌리기 전에 다음날 날씨가 어떨지 반드시 체크하는게 기본 상식이란 걸 나는 완전히 몰랐던 것이다. 제초제를 뿌린 후 바로 비가 오거나 물을 줘 버리면 약이 물에 녹으면서 잡초 뿐만이 아니라 건강한 잔디까지 동시에 약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잔디가 다 죽었으니 누가 그런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부랴 부랴 Home Depot (홈 디포) 라는 모든 건축자재와 관련된 물품을 판매하는 스토어에 가서, 잔디 (sod­ - 잔디를 모판 위에 자라게 한 후 마치 카펫처럼 일정한 크기로 잘라서 파는 것)를 사다가 깔아야 됐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새 잔디를 죽은 잔디위에 그냥 덮을 수가 없고, 그 죽은 잔디를 먼저 뽑아야 되는 것이었다. 지금 같으면 그 동안 정원가꾸는 정보를 많이 접해서, 뿌리 깊은 잡초나 덩굴더미, 필요없는 작은 나무난 꽃들을 뽑는 간단한 기계를 사거나 빌려야 겠다는 생각을 금새 했을텐데, 그때는 그런 지식도 부족했고, 정원 크기도 작아서, 그저 괭이같은 기구로 쉽게 뽑을 수 있겠거니 짐작하고 엄마와 함께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보통 꽃이나 작은 나무가 죽으면 뿌리가 약해져서 뽑기가 쉬운데 죽은 잔디는 그 뿌리가 흙과 함께 엉겨 붙어서 쉽게 제거되지 않는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아예 땅 바닥에 주저 앉아서, 도끼 모양의 괭이로 잔디 뿌리들을 내리쳐서 자르고,그렇게 한 꺼풀씩 벗겨낸 죽은 잔디를 긴 가지 치는 가위로 적당히 잘라내고, 또 다시 뿌리를 끊고 잘라 내고를 반복하면서 쌓아놓은 죽은 잔디가 마치 오래된 누런 카펫을 조각내서 쌓은것 같았다. 그리고 그 죽은 잔디 걷어내는 일을 끝낸 후, 쓰레기로 버릴수가 없기 때문에 다시 작은 수레를 빌려다 거기에 담고, 집 뒷쪽에 있는 숲으로 나르기를 몇 십번 반복했었다.

 

한 번의 실수로 생각지 못한 엄청난 노동을 하게 됐는데, 그 날 저녁 엄마와 내가 몸살이 난것은 당연 하거니와 다리와 발 그리고 엉덩이까지 독한 풀모기들에게 엄청나게 뜯긴 걸 알게 되었다. 너무 독한 한여름의 풀모기들이라서, 모기 물린데 바르는 약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바지만 입고 다니다 드디어 치마를 입고 출근을 한 날, Where were your legs?” “Did you have legs?” “Wow! You look great!” 등등 회사 직원들의 기분 좋은 인사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정말 아는게 힘이고 무식하면 평생 고생이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웃어 본다.

잡초와의 전쟁 (1)

올해는 특히 아침에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할때, 집앞의 잔디를 쳐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잡초가 거의 없고, 잔디가 아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잔디 깎아주는 회사의 서비스비도 저렴한데다 (아마도 경기가 안좋아서 저렴하게 오퍼를 준 것 같다) 깔끔하고  마음에 꼭 들게 처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해마다 제초제 (weed killer)와 거름 (fertilizer)주는 시기를 놓쳐서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잡초가 정신없이 잔디위에 뻗어 나가고, 노란 민들레가 나도 이쁘게 봐 달라고 여기 저기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 결국 잡초 뽑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포기해서, 늦 가을까지 기다리곤 했었다. 왜냐하면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잡초같은 나쁜 풀들이 힘을 잃고, 겨울이 되면 자라는걸 멈춘다. 그러면 그때 weed killer를 뿌려서 죽인후 잔디씨를 다시 심곤 했었다. 그리고 반드시 다가오는 봄에는 때를 놓치지 말고, 제초제와 거름을 주자고 다짐했었는데, 마침내 이번 봄은 성공적으로 실행했다.

 

우리집 잔디 상태가 좋다는걸 기뻐하는 또 한 분이 계신데, 다름이 아니고 우리 엄마이시다. 딸 식구들을 보려고 몇 번 미국에 오실때 마다, 아침, 저녁으로 풀을 뽑고 물을 주시고, 가꾸시니, 동네에서 제일 잘 다듬어진 앞뜰이 우리집이었다. 그런데 엄마께서 한국으로 가시자 마자, 주인 잃은 강아지 처럼, 잔디 상태가 손 볼 여유없이 금새 나빠지는 걸 보면서, 엄마께서 베풀어 주신 노고와 사랑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엄마께서는 우리집 앞의 정원을 보시고, 옛날 친정집에 대한 그리움으로, 더 애착을 갖고 가꾸시지 않으셨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집을 옮겨가야 했는데, 향나무, 전나무, 목련, 문주란, 장미, 글라디올러스, 민들레, 선인장 등 많은 종류의 꽃이 만발했던 정원도, 고스란히 남겨둔채 떠나야 했던 엄마의 마음 아픈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준게 아니었나 싶다. 내 기억에 엄마께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머리수선을 두르고, 넓은 정원의 풀을 혼자 다 뽑으셨는데, 일이 다 끝나면 땀에 흠뻑 젖으셨었다. 그때는 그저 공부 만 하고, 학교 가기 바빠서 그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지만, 막상 여기서 정원을 관리하다 보니, 얼마나 엄마의 수고가 힘든 것이었는지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엄마와 국제전화 통화를 할때 마다 “잔디의 잡초를 수시로 뽑아라.” “진달래는 잘 피었니?” “나무 가지치기를  해서 모양을 좀 잘 살려라.” 하시며 여러가지를 당부 하신다. 그런데 올해는 엄마의 바람대로 때를 놓치지 않고, 아직까지는 정원을 잘 관리를 하고 있다. 그저 저녁에 잔디에 물을 줄 때, 모기에 많이 뜯겨서 치마를 못 입고 다니는 불상사가 없게, 모기 퇴치 스프레이이나 다리에 골고루 뿌린 후에 물을 줘야 겠다.

잔디 깎는 철

여기서는 보통 4월로 접어 들면 여기 저기서 잔디 깎는 기계소리가 주말 아침의 달콤한 늦잠을 방해한다. 보통 일주일만 지나도 상태가 좋은 잔디는 금새 많이 자란다. 그리고 그 잔디 깎는 일은 (lawn mowing) 아빠나 아들들의 몫인데 바쁘거나 여건이 안되면 잔디 깎는 회사에 맡긴다. 그래서 산책을 할때 유심히 관찰을 해보면 어떤 집의 잔디는 꼭 푸른 카펫을 깔아 놓은 것 처럼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또 어떤 집의 잔디는 클로버와 민들레 (여기서는 잔디를 괴롭히는 골치 아픈 풀로 여김) 가 반 이상 덮이고 너무 길게 자라서 마치 정글처럼 된 집도 있다. 그래서 봄만 되면 TV에서 풀 죽이는 약 (weed killer), 잔디 거름 (fertilizer), 풀이 잘 안자라게 하는 약 (weed controller) 등의 선전을 많이 볼 수 있다. 보통 잔디를 깨끗이 가꾼 집은 현관앞도 깨끗해서 아름다운 반면, 잔디가 엉망인 집은 칠한 페인트도 벗겨지고 앞마당도 쓸지 않아서 더럽다. 만약에 이웃집 잔디에 풀이 너무 많으면 그 풀씨앗이 날려서 자기 집으로 넘어 오기 때문에 잔디 관리를 못하는 이웃을 두면 골치가 아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참다 못해서 자기 집 앞마당을 관리 하면서 옆집 잔디도 함께 깎아 준다든지 죽은 꽃이나 풀을 뽑아주는 등 남에게 봉사한다는 좋은 마음으로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에 까다로운 이웃일 경우에는 큰 문제로 발전할수 있다. 왜냐하면 남의 property (소유지)에 주인 허락 없이 침범했기 때문이고 남의 소유물을 함부로 만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인터넷뉴스나 편지 서비스를 친구도 좋아 할것 같아서, 허락 없이 친구의 이메일 주소로도 그 서비스를 신청 했다면, 그 친구는 매일 들어오는 그 이메일이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이민 온지 얼마 안 된 한국 주인이 자기집의 잔디를 깎으면서 옆집 잔디가 긴 걸 보고 양심상 어떻게 우리집것 만 깎고 획 들어가버릴 수가 없지혹은 이렇게 깎아주면 기뻐하겠지하고 허락없이 선의로 깎았는데, 마침 상대방은 개인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앞마당을 예쁘게 단장 하려고 했거나, 잔디의 길이를 좀 길게 깎을려고 생각했는데, 옆집에서 허락 없이 아주 짧게 깎아버렸거나, 엉망으로 대충 깎아 놨다면 이웃에 잘해 줄려고 한 선의가 오히려 서로 말도 안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여기서는 당연히 그런 상태가 나쁜 잔디를 그냥 둔 이웃이 있으면 HOA (Home Owner Associate) 에 보고를 하고, 그 곳에서 경고 편지를 보내게 되고, 계속 시정이 안 되면 벌금도 감수해야 한다. HOA는 동네를 더 잘 유지 하기 위해서 집과 정원, 도로, 놀이터, 애완동물, 자동차 주차, 등등에 대한 주민의 불만을 받고 시정조치 하며, 그 동네관리를 위해서 매달 일정 금액을 징수하고, 일년 예산도 정하며, 눈을 치우거나 동네 조경을 위한 회사를 선정하는 일도 한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퇴근을 하면서 이번 주말에는 아들 녀석도 한가하니 잔디를 깎으라고 시켜야지 마음 먹고 집에 왔는데 옆집에서 친절하게 잔디를 깎아줬다. 아마도 아들에게 시키면서 우리집것도 깎으라고 했던것 같다. 그런데 우리집 현관을 중심으로 양쪽에 잔디가 대칭으로 되어 있는데 한쪽편 만 깎여 있었다. 보통 잔디를 깎은 후에는 가장자리를 줄로 그으것 처럼 똑바로 쳐주고, 깎여나간 잔디들은 깨끗하게 쓸어줘야 되기 때문에, 주말까지 기다리기에는 보기가 흉해서 결국 피곤함을 무릎쓰고, 저녁도 뒤로 미루고, 안 깎인 반대편의 잔디를 혼자 깎았다. 옆집의 도움이 약간의 시간은 절약될 수 있었지만 왜 부탁도 안 한 일을 해서 사람을 피곤하게 하나 짜증을 내면서도, 직장 다니느라 바쁜 나를 생각해서 깎아 준 선의의 마음을 보고 이해하기로 했다.

올해는 특히 열심히 잔디에 신경을 쓰려고 마음을 먹고, 봄이 오기 시작하면서 mulch (멀취-나무등을 잘게 짤라서 나무나 꽃의 밑둥에 덮어주는 것으로 더운 여름에 수분이 빨리 빠지는것 막는 역할을 하는 것) 를 깔아주고, weed controller를 뿌리고 거름도 줬다. 그래서 올해 우리집 잔디는 다른 집보다 더 진한 초록빛을 띄고 빨리 자라고 있다. 그런데 큰 아들이 직장 관계로 집에서 먼 주 ()로 이사를 갔고 둘째는 봄이 시작되면서 어깨를 다쳐서 그냥 잔디 깎는 회사의 서비스를 올 봄 부터 받고 있다. 거의 모든 남자들이 하는 일을, 땀 뻘뻘 흘리면서 잔디 기계질을 하는게 싫고, 아무도 살려주지 않는 자존심, 내 스스로라도 살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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