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의 전쟁 (1)

올해는 특히 아침에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할때, 집앞의 잔디를 쳐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잡초가 거의 없고, 잔디가 아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잔디 깎아주는 회사의 서비스비도 저렴한데다 (아마도 경기가 안좋아서 저렴하게 오퍼를 준 것 같다) 깔끔하고  마음에 꼭 들게 처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해마다 제초제 (weed killer)와 거름 (fertilizer)주는 시기를 놓쳐서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잡초가 정신없이 잔디위에 뻗어 나가고, 노란 민들레가 나도 이쁘게 봐 달라고 여기 저기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 결국 잡초 뽑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포기해서, 늦 가을까지 기다리곤 했었다. 왜냐하면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잡초같은 나쁜 풀들이 힘을 잃고, 겨울이 되면 자라는걸 멈춘다. 그러면 그때 weed killer를 뿌려서 죽인후 잔디씨를 다시 심곤 했었다. 그리고 반드시 다가오는 봄에는 때를 놓치지 말고, 제초제와 거름을 주자고 다짐했었는데, 마침내 이번 봄은 성공적으로 실행했다.

 

우리집 잔디 상태가 좋다는걸 기뻐하는 또 한 분이 계신데, 다름이 아니고 우리 엄마이시다. 딸 식구들을 보려고 몇 번 미국에 오실때 마다, 아침, 저녁으로 풀을 뽑고 물을 주시고, 가꾸시니, 동네에서 제일 잘 다듬어진 앞뜰이 우리집이었다. 그런데 엄마께서 한국으로 가시자 마자, 주인 잃은 강아지 처럼, 잔디 상태가 손 볼 여유없이 금새 나빠지는 걸 보면서, 엄마께서 베풀어 주신 노고와 사랑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엄마께서는 우리집 앞의 정원을 보시고, 옛날 친정집에 대한 그리움으로, 더 애착을 갖고 가꾸시지 않으셨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집을 옮겨가야 했는데, 향나무, 전나무, 목련, 문주란, 장미, 글라디올러스, 민들레, 선인장 등 많은 종류의 꽃이 만발했던 정원도, 고스란히 남겨둔채 떠나야 했던 엄마의 마음 아픈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준게 아니었나 싶다. 내 기억에 엄마께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머리수선을 두르고, 넓은 정원의 풀을 혼자 다 뽑으셨는데, 일이 다 끝나면 땀에 흠뻑 젖으셨었다. 그때는 그저 공부 만 하고, 학교 가기 바빠서 그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지만, 막상 여기서 정원을 관리하다 보니, 얼마나 엄마의 수고가 힘든 것이었는지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엄마와 국제전화 통화를 할때 마다 “잔디의 잡초를 수시로 뽑아라.” “진달래는 잘 피었니?” “나무 가지치기를  해서 모양을 좀 잘 살려라.” 하시며 여러가지를 당부 하신다. 그런데 올해는 엄마의 바람대로 때를 놓치지 않고, 아직까지는 정원을 잘 관리를 하고 있다. 그저 저녁에 잔디에 물을 줄 때, 모기에 많이 뜯겨서 치마를 못 입고 다니는 불상사가 없게, 모기 퇴치 스프레이이나 다리에 골고루 뿌린 후에 물을 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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