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Clothes

신발을 신는다? 입는다?

내가 미국에 살면서 좀 이해하기 어려웠던게 있다면 그건 집에서 신을 신고, 침대에서 조차 신을 신는다는 것이었다. 제일 처음에 여기 와서 자리를 잡을때 전화, 케이블 TV, 가스등 여러가지를 설치하려면 그쪽 서비스맨이 방문을 해야 되는데, 그럴때 작업용 장화나 운동화를 신고 집안으로 들어오면, 당장 벗으라고도 할수 없어서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아주 많이 달라져서 보통 집안에 들어올때 일회용 덧버선을 장화같은 위에 신고 들어오든지, 신발을 벗든지, 아니면 먼저 주인에게 그냥 신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한다. 어떤 경우에 그냥 신발을 벗어도 된다고 했다가 오히려 서비스맨의 발냄새를 감수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보통 연한색의 카펫을 집안에 까는데 진흙이나 잘 빠지지않는 기름같은 종류가 신발에 붙어있다 카펫에 묻으면 그걸 지우는 수고가 만만치 않다. 너무 얼룩이 심하면 비싼 돈을 주고 카펫청소를 해야 한다. 예전에 한국 신문에서 어느나라 대통령인지 수상인지, 절같은 곳을 방문해서 신발을 벗어야 됐는데 양말에 빵구가 났었다는 가십 (gossip) 기사를 보았다. 여기서는 보통 아침에 신발을 신고 나가면 저녁에 자기 방에 들어 갈때까지 신발을 벗지 않는게 일반적이라서 그 사람도 양말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고, 여기서는 양말에 빵구난게 큰 흉거리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는 운전을 하다보면 밖으로 보이는 현관앞에 신발들이 쭉 널려있는 집들이 가끔씩 보이는데 그런 집은 보통 아시안이나 인도, 중동쪽 사람들이 사는 집인줄 알면 된다. 그리고 TV에서 집단장하는 프로를 봐도 보통 모든 미국인들은 신발장이 옷장과 함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신발을 신는다하는데 여기서는 ‘wear (입는다)’ 라고 하고 모자도 쓴다‘wear’ 라고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즉 신발이나 모자를 의복의 한부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함부로 여성에게 신발을 벗으시죠.” 하는 것은 옷을 벗으시죠.” 하는 것과 똑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도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한번은 난생 처음으로 이웃에 사는 두 미국인 부부를 초대했었는데 한 부부는 현관앞에 신발들이 많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눈치껏 신발을 벗었는데 다른 한 부부는 그냥 들어왔다. 그래서 내 남편이 신발을 벗어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그 부인이 좀 화난 표정으로 신발을 벗어서 현관으로 획하고 던지는 것이었다. 그 여자는 특별히 저녁에 초대받아서 잘 차려입은데다 신발도 예쁜 하이힐로 신고 왔는데 벗으라고 했으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우리는신발을 신고 들어가면 엄청난 실례를 저지르는 거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게 에티켓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본의 아니게 우리가 저녁은 초대해 놓고 그 부인에게는 실례를 저지른 셈이 된것이다.

그리고 옷장 정리를 잘 안하는 우리애들이 집안 여기 저기 옷이나 양말을 아무데다 벗어 던져 놓듯이 미국애들도 신발을 방 여기 저기에 벗어 던져 놓는것을 똑같다고 생각하면 좀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그래서 미장원에서 파마를 할때 한국 여성잡지책을 읽다 보면 유명인사 부부들의 가정탐방같은 인터뷰 기사가 가족사진과 함께 많이 나오는데 예전에는 내눈에 띄지 않았던게 어색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건 사진의 식구들 모두가 옷을 멋지게 차려입었는데 맨발이거나 (여름사진이면) 양말만 신어서 멋진옷이 구색이 맞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신발까지 옷에 맞추어서 wear(입는다) 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병원에서 특별한 검진을 위해서 의사의 지시로 양말까지 벗고 가운만 걸쳐야 되는 상황이 아닌 한, 일반 검진을 위해 진찰대 위에 올라갈때 내가 알기로는 신발을 신고 눕든지 앉든지 한다간호사도 아닌 내가 직접 다른 사람들 진찰실을 어떻게 들어가 봐서 알겠는가? 항상 그게 궁금했었는데, 마침 TV에서 어머니날 특집으로 임신한 젊은 엄마들이 새 아기를 낳는 기쁜 순간들을 다룬 프로를 보다 보니 여성들이 초음파를 하든지 검진을 할때 신발을 신고 진찰대에 올라가는게 아닌가? 미국 의사들은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 의사라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 안에서 한국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있다든가 기내 슬러퍼를 신고 돌아 다니면 흉하다고 하는 외국인들이 있을 수 있으나 결국 그런것도 개인적으로 바라보는 문화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지 잘잘못을 따질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따뜻한 늦겨울 날

한참 추운 날씨가 계속 되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봄 날 처럼 따뜻해졌다. 그래서 공원이나 도로, 쇼핑센터 등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벌써 봄이 온 것 처럼 모두들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눈에 바로 띄는게 달라진 복장들이다. 한국에서는 대체적으로 계절에 따라서 옷을 입기 때문에, 한여름에 겨울 처럼 갑자기 추워졌다고 오버코트를 입고 나오거나, 한겨울에 여름처럼 더운날이 됐다고 맨소매를 입고 거리로 나간다는 것은 엄청나게 용감하거나 낯이 웬만큼 두껍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그런데 여기는 옷을 계절별로 정돈하지 않고 옷장에 사계절 옷을 한꺼번에 두는지 한 겨울에 날씨가 따뜻해지기만 하면 너나 할것 없이 하루밤 사이에 여름 옷차림으로 바뀐다. 그리고 한 여름이라도 바람이 불고 쌀쌀한 날이면 겨울 파커, 털코트 입은 사람들을 수시로 볼수 있다. 그렇다고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모두들 당연하듯이 아무의식 없이 그냥 지나간다. 이럴때 마다 기억나는 일은, 큰아들이 여기와서 얼마 되지 않은 4월 중순에 초여름 처럼 아주 더운 날 나는 그저 평상시 처럼 긴팔 티셔츠에다 얇은 봄 점퍼를 입히고 학교를 보냈더니 완전히 땀으로 범벅이 되서 진이 다 빠진 아들이 헉헉대면서 나 혼자만 이런 옷 입고 갔었어요.” 하는게 아닌가?

여기는 비가 한 번 쏟아지거나, 벼락이 치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서 TV에서 눈이 많이 내릴거라는 기상예보가 나오면 수퍼마켓에 있는 우유나 물, 소금, 눈 삽 등이 순식간에 동이 난다. 그만큼 넓은 땅 덩어리에서 거대한 자연과 가까이 살다 보니 자연의 웅장함에 대한 두려움이 무의식중에 생겨난게 아닌가 싶다. 여기 온 첫 여름에 동네 수영장에서 애들과 신나게 놀고 있는데 금방 천둥번개가 칠거라는 위성 뉴스가 있었으니 다 물에서 나오라는 거였다. 아무리 하늘을 쳐다 봐도 구름 한점 없이 파란데 무슨 번개는 얼어죽을 번개냐 하면서 무시를 하고 계속 물에서 놀고 있었는데 인명 구조원 (Lifeguard) 이 계속 마이크로 나오라고 소리를 쳐서 주위를 둘러보니 “Oh! My goodness.” 어느새 그 많던 꼬마들과 어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다 집으로 갔고 (허둥 지둥 집으로 도망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거 같다) 우리만 물에서 좋다고 텀벙대고 있었다. 여기 골프장에서도 갑작스런 천둥을 동반한 폭풍 (Thunder Storm) 경보가 울리면 골프장 측에서 빨리 나오라고 아무리 경고 방송을 해도 내가 했던 것 처럼 제일 늦게 나오는 사람들은 한국사람이라고 들었다.

올 봄은 따뜻한 날씨에 속아서 너무 빨리 팬지사다가 심어서 다 얼어 죽게하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지 다짐 하면서도, 노란 개나리, 빨간 진달래가 피는 봄을 상상하면 이 늦겨울을 지긋하게 기다릴 수 없게 만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가 주 하느님 크시도다를 되새기면서

1)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후렴 :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 하느님 크시도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크시도다 주 하느님)

2) 저 수풀 속 산길을 홀로 가며 아름다운 새소리 들을 때 산 위에서 웅장한 경치 볼 때 냇가에서 미풍에 접할 때 (후렴 :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 하느님 크시도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크시도다 주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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