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따뜻한 늦겨울 날

한참 추운 날씨가 계속 되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봄 날 처럼 따뜻해졌다. 그래서 공원이나 도로, 쇼핑센터 등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벌써 봄이 온 것 처럼 모두들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눈에 바로 띄는게 달라진 복장들이다. 한국에서는 대체적으로 계절에 따라서 옷을 입기 때문에, 한여름에 겨울 처럼 갑자기 추워졌다고 오버코트를 입고 나오거나, 한겨울에 여름처럼 더운날이 됐다고 맨소매를 입고 거리로 나간다는 것은 엄청나게 용감하거나 낯이 웬만큼 두껍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그런데 여기는 옷을 계절별로 정돈하지 않고 옷장에 사계절 옷을 한꺼번에 두는지 한 겨울에 날씨가 따뜻해지기만 하면 너나 할것 없이 하루밤 사이에 여름 옷차림으로 바뀐다. 그리고 한 여름이라도 바람이 불고 쌀쌀한 날이면 겨울 파커, 털코트 입은 사람들을 수시로 볼수 있다. 그렇다고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모두들 당연하듯이 아무의식 없이 그냥 지나간다. 이럴때 마다 기억나는 일은, 큰아들이 여기와서 얼마 되지 않은 4월 중순에 초여름 처럼 아주 더운 날 나는 그저 평상시 처럼 긴팔 티셔츠에다 얇은 봄 점퍼를 입히고 학교를 보냈더니 완전히 땀으로 범벅이 되서 진이 다 빠진 아들이 헉헉대면서 나 혼자만 이런 옷 입고 갔었어요.” 하는게 아닌가?

여기는 비가 한 번 쏟아지거나, 벼락이 치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서 TV에서 눈이 많이 내릴거라는 기상예보가 나오면 수퍼마켓에 있는 우유나 물, 소금, 눈 삽 등이 순식간에 동이 난다. 그만큼 넓은 땅 덩어리에서 거대한 자연과 가까이 살다 보니 자연의 웅장함에 대한 두려움이 무의식중에 생겨난게 아닌가 싶다. 여기 온 첫 여름에 동네 수영장에서 애들과 신나게 놀고 있는데 금방 천둥번개가 칠거라는 위성 뉴스가 있었으니 다 물에서 나오라는 거였다. 아무리 하늘을 쳐다 봐도 구름 한점 없이 파란데 무슨 번개는 얼어죽을 번개냐 하면서 무시를 하고 계속 물에서 놀고 있었는데 인명 구조원 (Lifeguard) 이 계속 마이크로 나오라고 소리를 쳐서 주위를 둘러보니 “Oh! My goodness.” 어느새 그 많던 꼬마들과 어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다 집으로 갔고 (허둥 지둥 집으로 도망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거 같다) 우리만 물에서 좋다고 텀벙대고 있었다. 여기 골프장에서도 갑작스런 천둥을 동반한 폭풍 (Thunder Storm) 경보가 울리면 골프장 측에서 빨리 나오라고 아무리 경고 방송을 해도 내가 했던 것 처럼 제일 늦게 나오는 사람들은 한국사람이라고 들었다.

올 봄은 따뜻한 날씨에 속아서 너무 빨리 팬지사다가 심어서 다 얼어 죽게하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지 다짐 하면서도, 노란 개나리, 빨간 진달래가 피는 봄을 상상하면 이 늦겨울을 지긋하게 기다릴 수 없게 만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가 주 하느님 크시도다를 되새기면서

1)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후렴 :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 하느님 크시도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크시도다 주 하느님)

2) 저 수풀 속 산길을 홀로 가며 아름다운 새소리 들을 때 산 위에서 웅장한 경치 볼 때 냇가에서 미풍에 접할 때 (후렴 :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 하느님 크시도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크시도다 주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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