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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영이 사건을 보면서

요즘 한국의 모든 방송, 신문 매체들이 어린 초등학교 소녀의 성폭력 사건의 판결을 두고 아주 시끄럽다. 이렇게 난리 법석을 떨다가, 항상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번 사건을 접할 때, 허술한 법적, 사회적 제재 시스템에 실망과 동시에 분노를 하게 된다. 한국의 동생들에게 전화를 할 때 마다, 여자 조카들이 어려서 항상 성폭력에 대한 주의를 철저히 하라고 자주 당부를 하게 되는데, 크게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아서 안타까웠었다. 아마도 이런 사건이 아주 많이 일어나고 있겠지만 매스컴에서 수시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가뭄에 콩나 듯 일어나는 일이고, 그저 남에게나 일어나는 일로 인식 돼 있지 않나 싶다.

미국의 영화나 TV 드라마들을 보면 처음 만나자 마자, 서로 좋아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내용이 수시로 나오는데, 한국도 성 ()에 대해서 많이 개방이 됐는지, 여러 연속극들이 불륜을 주제로 다루거나 베드신들이 아무렇지 않게 온 가족들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버젓이 등장하는 걸 보면, 굉장이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한 때 아주 인기 절정이었던 드라마 ‘내 이름은 삼순이’ 에서, 삼순이 언니가 주방장 남자와 자연스레 모텔에 가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면서 너무 놀라하니까, 아주 고리타분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서구의 성개방 문화가 들어오면서, 동시에 미국, 유럽등 에서 시행하는 성폭력 범죄 처리법과 상응한 국내법을 함께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나영이 사건을 저지른 범인에 대한 응징이 솜방망이 처럼 되는게 아닌가 싶다. 여기서는 남녀 고등학생들이 서로 껴안고 키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만약에 어느 한 쪽이 16살 미만이고 나중에 마음이 변해서 자기가 원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강제로 껴 안았다고 학교 사무실에 보고가 들어가면, 바로 학교 위원회에서 조사에 들어가며, 사실로 확인됨과 동시에 바로 법 집행에 들어간다. 대학 기숙사에서 많은 남녀 학생들이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놀랄 정도로 개방적인 성관계가 이루어지지만, 만약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당장 법적 조치와 함께 그런 뉴스거리를 찾는 신문과 방송기자들에게는 엄청난 기사거리가 되면서, 얼굴은 물론이고 자세한 신상정보, 가족관계, 옛날 과거사 까지 완전히 드러나게 된다. 유신이후 소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유와 인권이 많이 개선이 됐지만, 아직까지 전형적이고 권위적인 한국 남성의 틀을 벗어버리지 못한 정치인들과 법조인들이, 이기적으로 자유와 인권을 잘못 이해한 결과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남의 자유를 짓밟은 사람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든가, 남의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한 사람의 인권을 생각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모순된 이중잣대를 들이대면서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를 많이 보게된다. 간단한 한 예가 바로 범죄인들의 얼굴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름과 동시에 그 사람은 바로 법적인 제재에 들어가고, 그때부터 그 사람의 자유는 법의 통제 하에 제한 받게 되는게 바로 자유의 한계인 것을 아주 잘못 오해하고 있는 것 같고, 바로 그게 법이 존재하는 근본 이유이며 역할인 것이며,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내가 수시로 한국 엄마, 특히 딸을 가진 엄마들을 만나면 항상 알려주는 웹사이트가 바로 이거다.

http://www.familywatchdog.us

처음 이 웹사이트를 보고 얼마나 탄복했는지 모른다. 미국 전역에 사는 성추행자들의 집과 그들이 일하는 직장의 주소와 얼굴 사진, 기타 정보를 다 보여주고 있는데, 다행이 현재 내가 사는 근처에는 그런 범죄자들이 살지 않지만, 옛날 살았던 집에는 한 성추행범이 내가 이사간 후 인접한 이웃집으로 이사를 온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에 등록된 사람들은 인종별, 나이별, 성별로 아주 다양함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그리고 웬만한 수의 직원을 다루는 회사에서는 거의 의무적으로 신입사원 교육에서나 전 직원을 대상으로Sexual Harassment Awareness and Prevention for Employee Training (성추행 예방과 방지 교육) Ethics Training (윤리 교육) 을 하기 때문에, 만약에 어느 직원이 반갑다고 서로 인사를 하면서 상대방이 받아들이기에 민망할 정도로 몸을 쓰다듬거나, 과한 행동을 하게 되면, 인사과에 보고를 할 수 있으며, 담당자는 바로 조사에 들어가고 문제가 확인 되면 그 직원은 불명예 퇴직을 해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과 동시에 한국이 IT , 정보통신 (Information Technology) 강국을 자처하면서 거의 모든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여러가지 정보를 쉽게 얻을수 있는 장점을 지닌 동시에, 비겁하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모든 곳에 나쁜것을 퍼뜨릴 수 있는 두 얼굴을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서, 남을 뒤에서 비방하고, 심지어는 댓글로 상처를 받아 자살하고, 점점 사회를 악으로 물들이는 현실에서, 어서 빨리 한국의 정치와 법을 공부하는 현명한 이들이, 어린이들을 이런 범죄에서 보호하는 강력한 법을 만들어야 할것이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장례식

내가 어렸을 적에 주위 사람들이 미국 대통령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John F. Kennedy (존 케네디)가 암살을 당했다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미국 정치에 관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케네디 가문이 아주 대단한 반면, 형제들이 암살 당하고, 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고 참 불행하고 안 된 집안이구나 하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서 케네디 가문의 막내 아들인 에드워드 케네디 (Edward Kennedy 혹은 Ted Kenneday)의 장례식을 보고, TV에서 나오는 케네디가의 다큐멘터리를 보니, 명성 그대로 대단한 집안 이었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장례식을 보면서 나는 그 집안의 막강한 정치적 파워나 엄청난 재산가라는 데는 관심이 없었던 반면에, 그 장례식에 참가한 가족 관계를 유심히 보면서 놀란 점이 더 컸다.

케네디가 60세가 다 되서 재혼한 부인이 장례식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부인의 전 남편 아들 들이 케네디 의원의 친 아들들과 함께 장례를 주관하고, 친딸, 아들들과 함께 서서 조문 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제일 앞 줄에서 어머니를 부축하면서 다니는 사진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놀랐는데, 기사에 나온 사진 속 인물들을 설명 할 때, 케네디의 Stepson, 누구, 누구 하면서 케네디와는 성 ()이 달라도 정식 아들로 인정되고, 또한 그게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받아 들여 진다는데 대해, 또 한번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혼을 한 첫째 부인은 아무런 법적인 권한이 없어서 인지 장례미사 중이나 매스컴에 얼굴이 자주 나오거나 거론되지 않았고, 마치 제 3자 같았는데, 단지 호기심에 가득찬 독자들을 위해서 몇 장의 사진을 올려 놓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한국 드라마중에서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성장한 딸의 결혼을 앞두고, 키워 준 양 어머니를 결혼식 앞자리에 앉게 하느냐, 낳아 준 엄마를 앉게 하는냐로 가족이 울고 불고, 싸우고, 가출하면서 질질 끄는 드라마를 보면서 핏줄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았다.

보통 여기서는 일반 이력서나 서류에는 성별, 나이, 가족관계를 쓰지 않지만, 정부에서 요구하는 중요한 서류를 작정할 때는 상세한 가족 관계를 기입해야 되는데, 그 때 마다 느끼는 것은 한국 처럼 부모, , 형제, 자매를 적는 난 만 있는게 아니다. 배우자 (Wife & Husband), 전남편, 전처 (Ex-husband & Ex-wife), 친부모 (Mother & Father), 양부모 (Stepmother & Stepfatehr), 시부모 혹은 장인, 장모 (Father-in-law & Mother-in-law), 수양부모 (Foster parent), 자식 (Child – 정식으로 입양된 아이는 입양아-adoped child 라고 하지 않고 정식 자식으로 친다), 양아들, (Stepdaughter & Stepson), 형제, 자매 (Brother & Sister), 이복형제, 자매 (Stepbrother & Stepsister, Half-brother & Half-sister), 게다가 법적 후견인 (Guardian) 까지도 가족관계를 적는 난에 있는 것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이렇게 우리가 이복형제, 배 다른 형제, 계모, 계부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공개 석상에서 잘 쓰려고 하지 않는데 반해, 미국 얘들은 자기 이복형제나 양부모를 일컫을 때 자연스레 Stepfather는 이렇고 저렇고…” “Stepsister 는 너무 이렇고…” 라고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하는 걸 볼때  마다 참 달라도 너무 다르구나 하고 느꼈었지만, 이번 에드워드 케네디의 장례식을 보면서, 다시 한번 엄청난 문화 차이를 실감하게 되었다.

장애인 천국

뉴욕같은 큰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미국 주택가와 인접한 상가나 공공장소의 주차창들은, 대체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큰 무리 없이 쉽게 주차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주차장이든 제일 좋고, 입구와 가까운 곳에 장애자 주차공간이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사람이 휠체어 같은 것을 타고 혼자 볼 일을 보러 밖으로 나가도, 건널목이나 높은 턱이 있는 인도나 차도에는, 바퀴가 안전하게 굴러 갈 수 있게 턱이 없는 경사도로를 만들고, 거기에 미끄러 지지 않게 자갈을 시멘트와 함께 섞든지 시멘트위에 선을 그어서 요철을 넣은 걸 볼 수 있다. 많은 장애자들이 그들의 정당한 인권을 보장 받기 위해서, 정부 그리고 법정과 싸웠던 기록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의 이런 혜택을 이끌어 내기 까지 많은 희생이 따랐었다는 걸 알수 있었다. 결국 ‘No Pain, No Gain’ (고통이 없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처럼 하루 아침에 그냥 거저로 주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장애인들의 인생 성공 스토리를 들으면서 감동을 하지만, 직접 그런 장애를 겪고 있든지, 장애를 가진 식구가 있어서 매일그런 생활을 함께 공유하지 않는 한, 건강한 정상인이 장애자를 진정으로 이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교만한게 아닌가 싶다.

회사에서 일이 바쁘고 일손이 모자라게 되면 시간당 수당을 지불하는 임시직을 단기간 동안 쓰는데, 그런 경우가 생길 때 마다 종종 일하러 오는 필리핀계 미국 남자가 있다. 그 사람은 귀가 잘 안 들려서 고성능의 보청기를 사용하는데 서로 마주 보고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판단을 한다. 아주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는 한 자세한 사생활을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몇 살인지, 왜 귀가 안들리는지, 부인과 자식은 있는지 등등은 모르지만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미사를 하고 늙은 어머니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급하게 지시를 하거나 논의를 하려고, 그 사람을 부를 일이 생기는데, 아무리 크게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 자리까지 가서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많아 지다 보면, 점점 답답하고, 짜증이 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잘 듣지 못한다고 혼잣말로 중얼 중얼 입에서 불평이 나오게 된다. 그러면서 이런 큰 장애가 아닌 경우에도 금방 인내심을 상실하게 되는데,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애환은 얼마나 깊을까 싶으면서 반성을 했다. 그래도 그 사람은 가끔씩 전화도 하는걸 봤는데 아마도 특별한 진동 보청기를 쓰는것 같았다.

몇년 전 내가 살던 집 이웃에는,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남자애가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고, 가끔씩 그 애의 아빠인지 엄마의 남자 친구인지, 한 남자가 와서 애들을 데리고 놀러 나가기도 하는걸 봤었는데. 아마도 그 남자애가 자폐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매일 아침 학교 갈 시간이 되면 스쿨버스가 그 집 바로 앞에 도착해서 그 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정상적인 학생들은 몇 블럭이 떨어진 큰 도로까지 걸어가서 그 근처 동네에 사는 애들과 함께 스쿨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지만, 그 학생은 그 큰 버스가 좁은 집 앞 도로까지 와서 기다리는 걸 보면서, 얼마나 감탄해 마지 않았는지 모른다. 어떨 때는 애가 준비가 덜 됐는지, 한 참을 기다린 후 에야 겨우 엄마가 데리고 나오는데, 오히려 창문으로 쳐다 보는 내가 늦게 나오는 애 때문에 불안해 하곤 했었다. 왜냐하면 그 버스 운전기사가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가버릴 것 같아서인데, 그때까지 잘 기다려 주는 버스 운전기사를 보면서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그 애는 항상 얼마짜리인지는 몰라도 지폐 돈을 손에 잡고, 계속 끊임없이 흔들었는데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는지 이 글을 쓰다보니 궁금해진다.

부모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올 백점을 받아야 되고, 명문 대학을 가야 되고, 키도 최소한 6 feet이 넘고, 얼짱, 몸짱이 되야 된다는 등 욕심을 부리지만, 그저 애들이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소화 잘 시키고, 잠 잘 자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감사가 아닌가 싶다.

인종에 대한 편견

내 작은 아들 친구들은 나를 여기에 이민와서 사는, 여느 아시안 엄마들과 다르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영어를 무지 무지 잘 해서도 아니고, 얼굴 생김새가 서양인 같아서도 아니고, 기름지고 느끼한 토박이 미국 음식을 주로 먹거나, 몸이 펑퍼짐하고, 덩치가 크고,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한 것도 아니고,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내가 공부 하라는 잔소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애들에게 인기가 있는 YouTube 사이트에는 아시안 학생들이 공부만 하라는 부모의 잔소리를 풍자한 인기 비디오들도 있고, 미국 공립 학교 중에서 최고라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 고등학교 입학 설명회에도, 거의 반 이상이 아시안 부모들로 채워지고, 주말이나 방과 후에 자녀들을 학원에 데리고 가는 부모들도, 대부분이 아시안 부모들이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아시안 부모, 특히 아시안 엄마들은 공부만 시킨다는 선입감이 생기된 건 당연한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백인 친구는 자기 부모 그런 아시안 엄마들과 같이 공부를 심하게 시키고, 심지어는 공부를 못 끝내면 친구들과 노는 것 까지 금지한다는 불평을 하면서, 작은 아들에게 너희 엄마는 그러지 않아서 참 좋겠다고 한다는데, 내 속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지 공부 열심히 하는 걸 싫어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많은 아시안들은 어느 정도의 Martial Arts (무술)는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 하기도 한다. 다양한 인종들이 사는 사회인 만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등이 보장되고, minority group (소수인종 그룹)에 대해 여러 혜택을 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도, 짐작하건데 하루 아침에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자라오면서 예전의 많은 영화들에 나오는 백인 배우들의 좋은 역할과 흑인 배우들의 범죄자같은 나쁜 역할 이미지로 인해서 그런 선입감이 자리 잡게 된 것도 사실이다. 길을 가다가 좀 단정하지 못한 흑인이나 멕시칸이나 스페니쉬들이 다가오면 경계심을 가졌었다. 그래서 미국을 처음 방문하는 연세가 많은 분들은 길거리 에서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아무 상관없는 흑인 만 봐도, 무서워서 슬슬 피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테러를 당해서 무너진 9.11 사태 이후, 머리에 터번을 두르거나 생김새가 아랍인 처럼 생긴 사람들이 분노의 표적이 됐던 점도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아시안인 나를 보는 관점이 어떠한지는, 실지 내가 겪었던 다음 경우에서 잘 나타난다. 예전에 학교 점심시간에 학부모로 봉사를 했었는데, 학교 식당을 개조하는 공사 때문에 학생 전체가 몇 달간 점심을 교실에서 먹게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점심이 끝나가면 큰 쓰레기통을 밀고 이 교실 저 교실을 다녔더니, 내가 애들 눈에는 학교 청소하는 아줌마로 보였는지 한 친구가 너희 엄마 학교에서 일하니 하고 물어 보더라고 했다. 여러 백인 봉사자 엄마들과 함께 일을 했었는데,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 역시 인종에 대한 선입감일 것이다. 또 매주 토요일 아침에 내가 다니는 성당의 청소 봉사를 했을 때도 역시, 미국 신자들이 성당에서 고용한 청소 아줌마로 착각을 했었다. 여기서 입에 오르내리는 한 우스운 일화가 있는데, 백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사 온 한국 주인이 잔디를 깎고 있었는데, 이웃집 차 한대가 다가 오더니, 운전을 하던 남자가 그 집 잔디 서비스를 끝내면, 자기집 잔디도 깎아 달라고 하면서 집 주소를 주더라는 것있다.

요즘 신문과 TV에서는 하버드 대학의 흑인교수가 출장을 다녀온 후 자기집 문이 잠겨 있어서 택시기사와 함께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다가, 도둑으로 착각한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잡혀갔는데, 경찰이 무리하게 다루었다, 아니다 하면서 논쟁이 뜨겁다. 아무튼 인종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전체 사회의 변화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큰 희망을 주는 것은 흑인 대통령의 탄생으로 인종에 대한 나쁜 선입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이 엄청난 역사의 전환점을 계기로 흑인들의 사회, 정계 진출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데 비해서, 아쉽게도 미국내 아시안들의 파워는 아직도 약하고 갈 길이 먼것 같다.

생일 파티 (2)

내게 가장 생각나는 내 생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2002년 회사에서 가졌던 생일 파티다. 그 날은 아침부터 이것 저것 마쳐야 할 스케줄이 있었는데, 업무 이메일들 중에는 오후 몇시에 회의가 있으니 아래 층 회의실로 오라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나는 부지런히 다른 일들을 마치고 수첩과 펜을 챙겨서, 항상 그러하듯이 영어 실수를 해서 창피 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면서, 긴장된 마음으로 정확한 시간에 회의실로 들어갔다.

“Surprise!” “ Happy birthday! Agatha”

문을 열고 막 회의실로 들어가는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다양한 색깔의 풍선들로 장식된 테이블 위에, 큰 직사각형의 생일 케잌과 이쁜 냅킨과 접시가 놓여있고, 많은 회사 직원들이 회의실을 쫙 둘러싸고 있는게 아닌가? “Oh! My goodness.”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잊고, 빨개진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Thank you.”만 연발했다. 종종 다른 직원들의 생일파티에 참석을 해서 축하해 준 적은 있었지만, 내가 그런 파티를 갖게 되리 라곤 상상조차도 못했고,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서 참석해주고, 축하해 줬던 순간을 아직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젊고 늘씬해서 호감을 주는 스타일도 아니고, 영어도 어눌하게 하는, 일명 한국에서는 아줌마라고 불릴 내게, 그런 즐거운 생일 파티를 열어준 그 상사에게 아직도 고마움을 느낀다. 게다가 많은 직원들이 덕담을 적어 준 카드도 있었는데, 어디에다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는게 아쉽다.

대부분의 한국 엄마들이 애를 낳음과 동시에 이름이 ‘누구 엄마’로 변하고, 남편이 아주 자상하고 꼼꼼하게 가족 행사를 챙기지 않는 한, 주부의 생일은 종종 애들과 남편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특히 내 생일은 2월이라서 설날 연휴와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시댁에 설을 쇠러 가면, 내 생일은 당연히 실종되곤 했었다. 처음에는 무지 섭섭했지만, 이제는 아예 기대 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 스스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내 생일을 즐긴다.

당시 나는 모든 업무 스타일, 언어, 문화가 다른 전형적인 미국 회사에서, 하루 하루를 도전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투쟁이라는 단어가 더 가까울것 같다) 긴장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부하직원을 위해서 베풀어 준 생일 파티가 내게는 엄청난 자신감과 의욕을 불어 넣어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나의 블로그 애완 동물 (3)에서 언급했던, 자신의 greyhound (그레이 하운드) 개가 죽어서 사무실에서 슬피 울던 여자 상사였는데, 오십이 넘은 마음이 따뜻하고, 가난한 멕시코 이민자들에게 영어도 가르치고, 남을 잘 배려하는 큰 언니같은 사람이었는데,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다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생일 파티 (1)

지난 5월 말에 막내 딸의 열세살 생일 잔치를 해 주었고, 이제 조만간 작은 아들 생일이 돌아온다. 매년 마다 치르는 가족들 생일들 중에서도, 특히 어린 자녀들의 생일을 해주고 나면, 마치 큰 연중행사를 끝낸 것 처럼 속이 다 시원해 지는 건 다른 부모들도 같지 않을까 싶다. 보통 애들이 모여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 예를 들면 수영장, 볼링장, 아이스 링크, 인라인 스케이팅장 등등 여러 다양한 장소를 물색한 후, 알맞은 장소를 정해서 미리 날짜와 시간 예약을 하고, 2주전에 초대장 (invitation card)도 보내서 몇 명이 올 수 있는지 대충 파악한 후, goodybag (파티에 참석한 친구들이 돌아갈때 고맙다고 주는 조그만 종이백이나 플라스틱백으로 사탕이나 쵸콜렛, 작은 장남감 같은 것을 넣어준다) 도 준비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애들은 신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데, Ultra Zone Lazer Tag (레이저총으로 노는 것), Paintballs (페인트가 들어있는 작은 총알이 든 총을 쏘며 노는 것), Go Kart (놀이용 경주 자동차 타는 것), Bumper Car (놀이동산에서 볼수 있는 서로 차를 부딪히면 노는 것) 등이 인기있고, 여자애들은 Stuffed Animals  & Dolls (동물이나 사람 인형을 직접 만드는 것), Craft Arts (여러가지 공작물 만든는 것), Clay Pot Craft (여러모양의 도자기 만드는 것), Girls Makeup Party (소꿉장난처럼 얼굴화장과 머리장식등을 하면 노는것) 등을 제공하는 장소에서 생일파티 하는걸 좋아한다. 그외에도 체조 같은 운동을 하면서 노는 곳이나 Moon Bounce (큰 풍선으로 된 작은 집안에서 뛰면서 노는 것) 같은 기구가 있는 곳에서도 하는데, 막 개봉한 인기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집에서 하루밤을 친구들과 함께, 영화 보고, 게임도 하고, 마음껏 수다도 떨 수 있는 Sleepover Party (Slumber Party, Pajama Party)인데 부모 입장에서는 그 많은 애들을 사고가 나지 않게 잘 감시 해야 하고, 집의 카페트나 벽, 가구, 장식물 등이 더러워지거나 깨지는 불상사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큰 마음 먹지 않고는 허락하기가 힘들다. 만약 이런 페키지 생일 파티에 10명 정도를 부르고 일인당 티켓과 함께 피자, 케잌, 음표수, goody bag, 접시, 포크, 냅킨, 생일초 등등 을 준비하려면, 보통 몇백불이 들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이런 타입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건 아니지만, 생일을 큰 행사로 여기기 때문에, 신경을 좀 쓰는 부모들은 초등학생 때 까지는 큰 마음 먹고 생일을 해 주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고 유난한 부모들이야 더 호화로운 파티를 열어주겠지만 애들 생일 파티들은 이런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파티들도 13살이 넘어가면서 부터, 특별한 장소를 선정하지 않고, 친한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서 피자와 소다 (콜라 같은 탄산음료), 감자칩등을 먹으면서 놀든지, 파티할 돈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사는 걸로 대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초대받은 친구들도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없이 그냥 와서 놀다 간다.

내가 한국에 있을때는 보통 집으로 아들 친구들을 불러서, 김밥과 떡꼬치 등,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주는게 학생들의 일반적 생일 파티였는데, 요즘은 그때와는 너무 많이 달라진것 같다. 아예 돌잔치는 호텔에서 하는게 당연하게 됐고, 생일에 초대받고 온 친구나 손님들에게 주는 선물까지 웬만한게 아니면 안된다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나도 올해 딸의 생일파티는 큰 마음 먹고 집에서 열어 줬는데, 여기서 틴에이저로 불리는 열세살 (thirteen years old) 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 여섯살 생일 (Sweet sixteen birthday) 파티 역시 크게 해 주는데, 아마도 성인이 됐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Slumber Paty는 못해줬지만 오후3시부터 밤 늦게까지 집에서 놀 수 있도록 여러 아이디어를 갖고 준비를 해 줬다. 하나에 $1짜리 나무 액자와 색깔 페인트, 예쁜 모양의 그림과 영어 알파벳 스티커, 여러가지 모양의 구술와 실을 준비해서, 초대받은 친구들이 자기만의 액자를 만들게 했고, 팔찌, 귀거리, 목걸이 등도 다양하게 만들게 했더니 너무 좋아했고. 거기에다 색깔 분필로 마당 바닥에 그림 그리기, Scavenger Hunts (종이에 씌여진 수수께끼를 풀면서 숨은 물건 찾기)도 하고, Guitar Hero와 비디오 게임까지 했는데, 초대받은 애들이 The Best Birthday Party of The Year (올해의 가장 좋은 생일파티) 라고 했다고 한다. 금상 첨화로 끼가 많은 작은 아들의 친구들까지 나중에 합세를 했으니, 그렇게 말 할 만 하다. 그래서 학교 프로젝트 끝내야 한다면서 오지 않은 친구와 개인사정으로 오지 못한 친구들이 나중에 이 얘기를 듣고 괜히 화를 내고 시기했다고 한다. 조용한 성격의 딸이라 아마도 생일 파티도 심심 할거라고 미리 단정짓고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파티를 열어 주면서 goody bag도 각자 자기가 만든 작품으로 대신했더니, 파티 비용을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고, 애들은 애들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이제 작은 아들의 생일이 다음 달인데 워낙 꽤가 많은 녀석이라, 값이 나가서 여지껏 사지 못했던 물건을 사달라고 하면서, 동시에 친구들까지 부르는 꿩먹고 알먹는 요구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 껏 조용한걸 보니 이제 좀 철이 들어가나 싶은데 엄마의 섣부른 생각일까? J

New Incredible Game & Search Engine

새로 개발된 Xbox 의 새 게임인 Project Natal 과 Microsoft의 새로운 검색 엔진www.bing.com 을 사용해보기를 바란다.  Project Natal은 기존의 Wii와 달리 손에 잡고 게임을 하는 리모콘이 없이, 그냥 몸이나 팔, 다리 등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게임을 할 수있다. 아마도 내가 보기에 그런 게임이 더 많이 발전되면,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 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를 스스로 창조해서, 서로 얘기하고 놀고 할것 같다.  점점 공상 과학소설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게 현실이 되고 있는것 같다. 아마도 머지않아서 TV가 필요없이 그냥 컴퓨터 하나로 모든걸 보고 즐길 수 있고,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형제, 부모, 친구들과 직접 옆에 있는것 처럼 서로 보면서 대화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것 같다.  그리고 새 검색엔진 www.bing.com은 간단히 마우스를 검색 video의 화면에 올려놓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화면이 돌아간다. 게다가 검색난에 나온 검색 목록을 다시 클릭해서 열 필요가 없이, 옆에 보이는 오렌지 선에다 마우스 만 옮겨 놔도 자세한 정보가 옆에 추가로 나온다.  새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놀라운 아이디어에 놀라면서, 우리같은 사용자는 그저 편하고 쓰기가 점점 좋아져서 기쁘기 그지 없다.

Bing.com:
GearDaddy: Hands-on with Bing
GearDaddy: Hands-on with Bing

Natal:

애완 동물 (3)

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인 It’s Me or The Dog을 자주 시청하는데 젊고 날씬한 영국 출신 여자가 각 가정을 방문해서 개 주인이 어쩌지 못하고, 손을 든 개들을 아주 재미있고, 성공적으로 잘 훈련시키는 걸 보여준다. 예를 들면 잠을 잘 때, 애완견이 부부침대 중간에 계속 끼어 들어오는데 부인은 그 개를 이뻐서 옆에 재우자고 해서 남편과 싸우거나, 개가 모든 방문객을 무섭게 해서 아예 친구들이나 심지어는 부모까지도 기피하는 겨우, 그리고 어린 딸의 개가 엄마를 침입자로 알고 딸 방으로는 일체 못 들어오게 한다거나, 집 가구는 물론 신발, 벽까지 다 뜯어서 집을 망치거나, 맛있게 만들어 놓은 음식을 아무리 냉장고나 찬장에 잘 숨겨놔도 다 열어서 찾아 먹어버리는 경우 등등 별의 별난 경우들을 아주 많이 보게된다. 보통 여기서는 어릴때 부터 자기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다가, 결혼하면서 남편과 부인의 애완견들이 한 집에 살게 되는데, 마치 한 지붕 아래 의붓자식들 처럼 서로 물어뜯고 심하게 싸워서, 나중에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헤어지려는 경우도 그 프로를 통해 보면서 옛날 내 상사가 생각났다. 그 여자 상사의마리 greyhound (그레이하운드, 사냥개 일종) 가운데 한마리가 암으로 죽었는데 거의 일주일을 사무실에서 슬프게 울어서 나는 처음에 부모나 자식이 죽어서 우는 줄 알았다. 그런 동물을, 특히 개나 고양이를 자식처럼 여기면서 잘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하지만, 내가 너무 무정하고 사랑이 없는 사람인가 하는 반문도 하게 된다. 동물과 자연의 성인인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는 동물을 너무 사랑했고, 심지어는 동물과 대화도 했다고 전해지는데, 나는 개 한마리 조차 끙끙대며 힘들어하는 걸 보면 내 작은 사랑의 그릇에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된다. 

 

하지만 또 다른 TV프로그램인 Animal Cops San Francisco’ ‘Animal Cops Houston’을 보면서 나는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길 잃은 동물들에게 주인을 찾아주거나 animal shelter (동물 보호소) 로 보내는 등, 여러가지 동물 경찰들이 하는 임무를 보여준다. 그렇게 애완동물을 극성맞게 돌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엄청난 학대를 가해서 눈이 빠지고, 다리가 꺾어지고, 배 고파서 굶다 죽고, 강아지 때 목줄을 그냥 놔둬서 목이 거의 잘릴 정도가 되고, … . 아무리 동물이지만 어쩌면 저렇게 난폭하게 학대할 수 있을까 싶은 사례들을 그 TV프로를 보면서 많이 알게 됐다. 우리딸은 특히 개를 너무 좋아해서, 핸드폰, 컴퓨터, facebook, 이메일 등 모든 자기와 관련된 것들에 온통 강아지 사진이나 아이콘을 올려놓고, 산책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도중 아무 개만 봐도 이쁘다고 난리다. 그래서 장래 희망 중의 하나가 veterinarian (수의사)가 되는 것인데, 그런 동물 학대하는 프로를 보면 하도 불쌍하다고 울어서 처음에는 자주 보다가 요즘은 잘 안본다. 아무튼 여기는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불법을 처벌하기 위한 법규 외에도, 동물들을 위해서도 특별 동물법이 강력하게 시행, 집행되기 때문에, 나 역시 만약에 본의 아니게 우리집 개가 혼자 나가서 집을 잃은 후, 동물 경찰이 찾아서 돌려주는 일이 일어난다면, 개를 잘 관리 못한 벌금을 받게 되며, 바빠서 잊고 정기 광견병 접종을 안 한 사실이 나타나도 벌금을 받게 된다. 내가 아는 엄마의 늙은 개가 이웃집 애와 놀다가 그 애를 살짝 긁어서 예방 차원에서 병원치료를 받았는데, 개에게 광견병 주사를 오랫동안 안 맞힌걸 알게 되서 몇백불의 벌금을 냈다. 여기서는 워낙 많은 애완동물들을 기르기 때문에 만약에 법이 느슨하게 집행된다면 엄청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무자식이 상팔자가 아니라 무견공 (無犬公)이 상팔자구나 하고 웃어본다.

애완 동물 (2)

많은 미국인 가정에는 개나 고양이 한마리를 갖고 있는것은 기본이고 어떤 집은 황소만한 개를마리가 넘게도 기른다. 대체적으로 전형적인 미국인들 집에 유난히 애완동물들이 많은데, 심지어는 큰 구렁이나 돼지, 원숭이까지 기르는데 지난 달에는, 어느 여자가 자기가 기르던 침팬치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한 아들 친구의 엄마는 자기 아들이 여행을 간 여름 방학동안 애완 뱀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작은 아들이 대신 했는데, 왜냐하면 뱀의 먹이로 냉동 쥐를 먼저 서서히 해동 시킨 후 통째로 줘야 되는데 너무 무서워서 부탁을 한 것이다. 우리집 도마뱀과 개구리도 mealworm (지렁이보다 작고 구더기보다 큰 벌레) 이나 귀뚜라미를 먹이로 주는데, 내가 상상조차 할수 없는 여러 종류의 동물먹이를 파는 대형마켓을 큰 쇼핑센터에서 흔히 볼 수있다. 그래서 그런 동물 관련 용품과 식품을 파는 상점은 특별히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 쇼핑을 할 수 있으며, 수시로 개와 고양이 입양행사도 벌인다. 그리고 Pets Mart Petco같은 대형 스토어에는 Pet Hotel, Pet Grooming, Pet Hospital, (애완동물 호텔, 미용실, 병원), 애완견 훈련교실도 함께 운영을 하는데, 그런 Pet Hotel 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 외에 애완견 놀이방, 수영장, 헬스클럽, 악세서리점 까지 있으며 심지어는 개가 싼 똥을 정기적으로 치워주는 회사도 있다. 보통 담이 쳐진 뒤뜰에서 개들이 놀면서 싼 똥들을 그런 회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깨끗하게 치워간다. 그리고 동물병원에서는heartworm (심장기생충) 검사 외에 여러 검사들을 제공하는데, 기본적으로 해마다 요구되는 정기검사를 하지 않으면 아예 애완동물 호텔에서 예약을 받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검사비나 기본적으로 줘야 되는 약들이 꽤 비싼데,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절대 판매를 하지 않는다. 인터넷 동물약국 사이트에서도 처방전이 없으면 한 알도 구입할 수가 없다. 마치 주사위처럼 생긴 hearworm 약을 한달에 한알씩 먹이는데 반년치 6알이 20불이 넘고 직접 병원에서 사게 되면 거의 두배의 값을 받는다.  

2년전 눈이 많이 내리고 길이 꽁꽁 얼었지만, 둘리 (우리집 개 이름)를 제시간에 산책시키기 위해서 걸었는데 그 후로 계속 발을 핥는 거였다. 그리고 계속 그 부위가 빨갛게 변해가서 병원을 갔더니 꽁꽁 언 눈길이 마치 날카로운 칼 처럼 변해서 발 바닥의 여러 군데가 벤 것이었다. 혀로 핥지 못하게 목에 플라스틱으로 된 긴 목커버를 씌우고, 곪지 않게 치료를 받았는데 그 치료비가 몇백불이 나온것이다. 내가 개를 위해서 그 많은 돈을 써야  된다니 기절초풍할 일이 아닌가? 그래도 생명있는 동물인데 어쩔수 없이 카드로 긁고 애궂은 애들에게만 화를 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런 경우를 위해서 어떤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를 위한 의료보험을 든다고 한다. 내가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매달 내는 돈이 최소30불에서 100불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와서 개를 가진것을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다음 겨울에는 반드시 개 신발을 (개 신발이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신기고 눈길을 걸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애완 동물 (1)

우리집에는 애들의 애완동물로 개 한마리와 레오파드 도마뱀 (leopard gecko) 한마리, 그리고 개구리 세마리가 있다. 나는 어릴때 부터 거의 모든 종류의 동물을 무서워 했는데, 멀찌 감치에서 아주 작은 새끼강아지 한 마리라도 보일라 치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도망을 쳤었다. 재수가 나빠서 마침 이웃 강아지가 묶여 있지 않고 집 골목길에 나와 있는 날은, 바로 몇 걸음 앞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빙빙 집주위만 돌곤 했었다. 요즘 같으면 당장 엄마에게 cell phone (핸드폰)으로 도움을 청했겠지만, 그때는 수동으로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를 가진 집도 많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기에 유난히 개를 더 무서워하게 된 이유는, 옛날 우리 골목 끝집의 황소 만한 개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엄청나게 크고, 목에는 뾰쪽한 철심이 박힌, 개목걸이 (collar)를 한 개가 무서워서 달아나는 나를 따라와 하고 덤벼들었는데, 천만다행으로 겨울 오버코트만 물었었다. 워낙 어릴때 일이라서 기억은 뚜렸하지 않지만 그 뻔쩍거리는 개목걸이와 나를 물었던 순간 만은 아직도 또렸하게 느낄수 있다. 그런 내가 비록German shepherd (독일산 세퍼드) Golden retriever (골든 리트리버)같이 황소만한 크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Chihuahua (치와와) 같이 작은 것도 아닌, 중간크기의 Beagle (비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변화가 아닐수 없다. 이름은 큰애가 좋아하던 아기 공룡 둘리에서 따온 둘리 (Dooly)’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작은 아들이 개띠에 걸맞게 개를 갖고 싶어 안달이 났었는데, 우연히 이웃에 사는 여자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마침 친구가 자기 개를 누구에게 주고 싶어 한다면서 한번 확인해 보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저 무심히 듣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남편과 함께 스토어를 간 사이, 그 여자의 친구가 자기 개를 우리에게 주려고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 개의 모든 물건까지 다 챙겨서. 아들 녀석은 신이 나서 정신없이 cell phone (핸드폰)으로 빨리 집으로 오라고 좋아서 펄쩍 펄쩍 뛰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받은 개가 벌써 5살이 다 됐다.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내가 20년 넘게 간직했던 성모상을 떨어뜨려 깨뜨린 일, 테이블위에 올려 놓은 아들의 생일 케잌을 먹은 일, 카펫에 싼 똥, 오줌으로 딲아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얼룩들, 집안 구석 구석에 날라다니는 개털들, 마루위 손이 안 닿는 곳에 떨어진 과자 한 톨을 먹으려고 버둥거리며 마루를 끍어낸 일, 열린 문으로 달아나서 찾으러 다닌 일 등등, 내가 도저히 예상을 못했던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다. 애들이 개를 돌보는 모든 일을—개와 걷는 일, 배변보게 하고 치우는 일, 먹이주는 일, 목욕시키는 일, 개 털 빗기는 일, 개 발톱 깎는 일, 개 침대 빨고 청소하는일 등등자기들이 모두 할 수 있다는 약속을 너무 굳게 믿은 나 자신을 탓 할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제일 문제가 되는 일은 단 몇일간 이지만 집을 떠나 있을 때는 베이비시터 (babysitter)가 아닌 개를 돌봐 줄 dogsitter (개 봐주는 사람)를 구하든지, 일명 dog hotel (개 호텔) 같은 곳을 미리 예약해야 된다. 그래서 개를 키워 보겠다는 사람만 만나면 이런 점을 설명하면서, 애들 믿지 말라는 경고를 해도, 결국에 이쁘다고 샀다가 나와 똑 같은 후회를 하는 부모들을 많이 봤다. 아무튼 애완동물들은 생명을 가진 피조물인 까닭에, 장난감처럼 쉽게 쓰다가 아무때나 버릴 수 없기에, 섣부른 결정을 해서 애궂은 동물만 학대하는 실수가 없기는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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