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 동물 (3)

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인 It’s Me or The Dog을 자주 시청하는데 젊고 날씬한 영국 출신 여자가 각 가정을 방문해서 개 주인이 어쩌지 못하고, 손을 든 개들을 아주 재미있고, 성공적으로 잘 훈련시키는 걸 보여준다. 예를 들면 잠을 잘 때, 애완견이 부부침대 중간에 계속 끼어 들어오는데 부인은 그 개를 이뻐서 옆에 재우자고 해서 남편과 싸우거나, 개가 모든 방문객을 무섭게 해서 아예 친구들이나 심지어는 부모까지도 기피하는 겨우, 그리고 어린 딸의 개가 엄마를 침입자로 알고 딸 방으로는 일체 못 들어오게 한다거나, 집 가구는 물론 신발, 벽까지 다 뜯어서 집을 망치거나, 맛있게 만들어 놓은 음식을 아무리 냉장고나 찬장에 잘 숨겨놔도 다 열어서 찾아 먹어버리는 경우 등등 별의 별난 경우들을 아주 많이 보게된다. 보통 여기서는 어릴때 부터 자기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다가, 결혼하면서 남편과 부인의 애완견들이 한 집에 살게 되는데, 마치 한 지붕 아래 의붓자식들 처럼 서로 물어뜯고 심하게 싸워서, 나중에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헤어지려는 경우도 그 프로를 통해 보면서 옛날 내 상사가 생각났다. 그 여자 상사의마리 greyhound (그레이하운드, 사냥개 일종) 가운데 한마리가 암으로 죽었는데 거의 일주일을 사무실에서 슬프게 울어서 나는 처음에 부모나 자식이 죽어서 우는 줄 알았다. 그런 동물을, 특히 개나 고양이를 자식처럼 여기면서 잘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하지만, 내가 너무 무정하고 사랑이 없는 사람인가 하는 반문도 하게 된다. 동물과 자연의 성인인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는 동물을 너무 사랑했고, 심지어는 동물과 대화도 했다고 전해지는데, 나는 개 한마리 조차 끙끙대며 힘들어하는 걸 보면 내 작은 사랑의 그릇에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된다. 

 

하지만 또 다른 TV프로그램인 Animal Cops San Francisco’ ‘Animal Cops Houston’을 보면서 나는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길 잃은 동물들에게 주인을 찾아주거나 animal shelter (동물 보호소) 로 보내는 등, 여러가지 동물 경찰들이 하는 임무를 보여준다. 그렇게 애완동물을 극성맞게 돌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엄청난 학대를 가해서 눈이 빠지고, 다리가 꺾어지고, 배 고파서 굶다 죽고, 강아지 때 목줄을 그냥 놔둬서 목이 거의 잘릴 정도가 되고, … . 아무리 동물이지만 어쩌면 저렇게 난폭하게 학대할 수 있을까 싶은 사례들을 그 TV프로를 보면서 많이 알게 됐다. 우리딸은 특히 개를 너무 좋아해서, 핸드폰, 컴퓨터, facebook, 이메일 등 모든 자기와 관련된 것들에 온통 강아지 사진이나 아이콘을 올려놓고, 산책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도중 아무 개만 봐도 이쁘다고 난리다. 그래서 장래 희망 중의 하나가 veterinarian (수의사)가 되는 것인데, 그런 동물 학대하는 프로를 보면 하도 불쌍하다고 울어서 처음에는 자주 보다가 요즘은 잘 안본다. 아무튼 여기는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불법을 처벌하기 위한 법규 외에도, 동물들을 위해서도 특별 동물법이 강력하게 시행, 집행되기 때문에, 나 역시 만약에 본의 아니게 우리집 개가 혼자 나가서 집을 잃은 후, 동물 경찰이 찾아서 돌려주는 일이 일어난다면, 개를 잘 관리 못한 벌금을 받게 되며, 바빠서 잊고 정기 광견병 접종을 안 한 사실이 나타나도 벌금을 받게 된다. 내가 아는 엄마의 늙은 개가 이웃집 애와 놀다가 그 애를 살짝 긁어서 예방 차원에서 병원치료를 받았는데, 개에게 광견병 주사를 오랫동안 안 맞힌걸 알게 되서 몇백불의 벌금을 냈다. 여기서는 워낙 많은 애완동물들을 기르기 때문에 만약에 법이 느슨하게 집행된다면 엄청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무자식이 상팔자가 아니라 무견공 (無犬公)이 상팔자구나 하고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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