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케네디의 장례식
내가 어렸을 적에 주위 사람들이 미국 대통령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John F. Kennedy (존 케네디)가 암살을 당했다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미국 정치에 관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케네디 가문이 아주 대단한 반면, 형제들이 암살 당하고, 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고 참 불행하고 안 된 집안이구나 하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서 케네디 가문의 막내 아들인 에드워드 케네디 (Edward Kennedy 혹은 Ted Kenneday)의 장례식을 보고, 또 TV에서 나오는 케네디가의 다큐멘터리를 보니, 명성 그대로 대단한 집안 이었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장례식을 보면서 나는 그 집안의 막강한 정치적 파워나 엄청난 재산가라는 데는 관심이 없었던 반면에, 그 장례식에 참가한 가족 관계를 유심히 보면서 놀란 점이 더 컸다.
케네디가 60세가 다 되서 재혼한 부인이 장례식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부인의 전 남편 아들 들이 케네디 의원의 친 아들들과 함께 장례를 주관하고, 친딸, 아들들과 함께 서서 조문 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제일 앞 줄에서 어머니를 부축하면서 다니는 사진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놀랐는데, 기사에 나온 사진 속 인물들을 설명 할 때, 케네디의 Stepson, 누구, 누구 하면서 케네디와는 성 (姓)이 달라도 정식 아들로 인정되고, 또한 그게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받아 들여 진다는데 대해, 또 한번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혼을 한 첫째 부인은 아무런 법적인 권한이 없어서 인지 장례미사 중이나 매스컴에 얼굴이 자주 나오거나 거론되지 않았고, 마치 제 3자 같았는데, 단지 호기심에 가득찬 독자들을 위해서 몇 장의 사진을 올려 놓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한국 드라마중에서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성장한 딸의 결혼을 앞두고, 키워 준 양 어머니를 결혼식 앞자리에 앉게 하느냐, 낳아 준 엄마를 앉게 하는냐로 가족이 울고 불고, 싸우고, 가출하면서 질질 끄는 드라마를 보면서 핏줄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았다.
보통 여기서는 일반 이력서나 서류에는 성별, 나이, 가족관계를 쓰지 않지만, 정부에서 요구하는 중요한 서류를 작정할 때는 상세한 가족 관계를 기입해야 되는데, 그 때 마다 느끼는 것은 한국 처럼 부모, 처, 형제, 자매를 적는 난 만 있는게 아니다. 배우자 (Wife & Husband), 전남편, 전처 (Ex-husband & Ex-wife), 친부모 (Mother & Father), 양부모 (Stepmother & Stepfatehr), 시부모 혹은 장인, 장모 (Father-in-law & Mother-in-law), 수양부모 (Foster parent), 자식 (Child – 정식으로 입양된 아이는 입양아-adoped child 라고 하지 않고 정식 자식으로 친다), 양아들, 딸 (Stepdaughter & Stepson), 형제, 자매 (Brother & Sister), 이복형제, 자매 (Stepbrother & Stepsister, Half-brother & Half-sister), 게다가 법적 후견인 (Guardian) 까지도 가족관계를 적는 난에 있는 것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이렇게 우리가 이복형제, 배 다른 형제, 계모, 계부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공개 석상에서 잘 쓰려고 하지 않는데 반해, 미국 얘들은 자기 이복형제나 양부모를 일컫을 때 자연스레 “내 Stepfather는 이렇고 저렇고…” “내 Stepsister 는 너무 이렇고…” 라고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하는 걸 볼때 마다 참 달라도 너무 다르구나 하고 느꼈었지만, 이번 에드워드 케네디의 장례식을 보면서, 다시 한번 엄청난 문화 차이를 실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