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에 대한 편견

내 작은 아들 친구들은 나를 여기에 이민와서 사는, 여느 아시안 엄마들과 다르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영어를 무지 무지 잘 해서도 아니고, 얼굴 생김새가 서양인 같아서도 아니고, 기름지고 느끼한 토박이 미국 음식을 주로 먹거나, 몸이 펑퍼짐하고, 덩치가 크고,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한 것도 아니고,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내가 공부 하라는 잔소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애들에게 인기가 있는 YouTube 사이트에는 아시안 학생들이 공부만 하라는 부모의 잔소리를 풍자한 인기 비디오들도 있고, 미국 공립 학교 중에서 최고라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 고등학교 입학 설명회에도, 거의 반 이상이 아시안 부모들로 채워지고, 주말이나 방과 후에 자녀들을 학원에 데리고 가는 부모들도, 대부분이 아시안 부모들이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아시안 부모, 특히 아시안 엄마들은 공부만 시킨다는 선입감이 생기된 건 당연한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백인 친구는 자기 부모 그런 아시안 엄마들과 같이 공부를 심하게 시키고, 심지어는 공부를 못 끝내면 친구들과 노는 것 까지 금지한다는 불평을 하면서, 작은 아들에게 너희 엄마는 그러지 않아서 참 좋겠다고 한다는데, 내 속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지 공부 열심히 하는 걸 싫어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많은 아시안들은 어느 정도의 Martial Arts (무술)는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 하기도 한다. 다양한 인종들이 사는 사회인 만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등이 보장되고, minority group (소수인종 그룹)에 대해 여러 혜택을 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도, 짐작하건데 하루 아침에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자라오면서 예전의 많은 영화들에 나오는 백인 배우들의 좋은 역할과 흑인 배우들의 범죄자같은 나쁜 역할 이미지로 인해서 그런 선입감이 자리 잡게 된 것도 사실이다. 길을 가다가 좀 단정하지 못한 흑인이나 멕시칸이나 스페니쉬들이 다가오면 경계심을 가졌었다. 그래서 미국을 처음 방문하는 연세가 많은 분들은 길거리 에서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아무 상관없는 흑인 만 봐도, 무서워서 슬슬 피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테러를 당해서 무너진 9.11 사태 이후, 머리에 터번을 두르거나 생김새가 아랍인 처럼 생긴 사람들이 분노의 표적이 됐던 점도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아시안인 나를 보는 관점이 어떠한지는, 실지 내가 겪었던 다음 경우에서 잘 나타난다. 예전에 학교 점심시간에 학부모로 봉사를 했었는데, 학교 식당을 개조하는 공사 때문에 학생 전체가 몇 달간 점심을 교실에서 먹게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점심이 끝나가면 큰 쓰레기통을 밀고 이 교실 저 교실을 다녔더니, 내가 애들 눈에는 학교 청소하는 아줌마로 보였는지 한 친구가 너희 엄마 학교에서 일하니 하고 물어 보더라고 했다. 여러 백인 봉사자 엄마들과 함께 일을 했었는데,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 역시 인종에 대한 선입감일 것이다. 또 매주 토요일 아침에 내가 다니는 성당의 청소 봉사를 했을 때도 역시, 미국 신자들이 성당에서 고용한 청소 아줌마로 착각을 했었다. 여기서 입에 오르내리는 한 우스운 일화가 있는데, 백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사 온 한국 주인이 잔디를 깎고 있었는데, 이웃집 차 한대가 다가 오더니, 운전을 하던 남자가 그 집 잔디 서비스를 끝내면, 자기집 잔디도 깎아 달라고 하면서 집 주소를 주더라는 것있다.

요즘 신문과 TV에서는 하버드 대학의 흑인교수가 출장을 다녀온 후 자기집 문이 잠겨 있어서 택시기사와 함께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다가, 도둑으로 착각한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잡혀갔는데, 경찰이 무리하게 다루었다, 아니다 하면서 논쟁이 뜨겁다. 아무튼 인종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전체 사회의 변화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큰 희망을 주는 것은 흑인 대통령의 탄생으로 인종에 대한 나쁜 선입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이 엄청난 역사의 전환점을 계기로 흑인들의 사회, 정계 진출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데 비해서, 아쉽게도 미국내 아시안들의 파워는 아직도 약하고 갈 길이 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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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lexander4 — 07/12/2011 @ 4: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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