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 동물 (1)

우리집에는 애들의 애완동물로 개 한마리와 레오파드 도마뱀 (leopard gecko) 한마리, 그리고 개구리 세마리가 있다. 나는 어릴때 부터 거의 모든 종류의 동물을 무서워 했는데, 멀찌 감치에서 아주 작은 새끼강아지 한 마리라도 보일라 치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도망을 쳤었다. 재수가 나빠서 마침 이웃 강아지가 묶여 있지 않고 집 골목길에 나와 있는 날은, 바로 몇 걸음 앞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빙빙 집주위만 돌곤 했었다. 요즘 같으면 당장 엄마에게 cell phone (핸드폰)으로 도움을 청했겠지만, 그때는 수동으로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를 가진 집도 많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기에 유난히 개를 더 무서워하게 된 이유는, 옛날 우리 골목 끝집의 황소 만한 개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엄청나게 크고, 목에는 뾰쪽한 철심이 박힌, 개목걸이 (collar)를 한 개가 무서워서 달아나는 나를 따라와 하고 덤벼들었는데, 천만다행으로 겨울 오버코트만 물었었다. 워낙 어릴때 일이라서 기억은 뚜렸하지 않지만 그 뻔쩍거리는 개목걸이와 나를 물었던 순간 만은 아직도 또렸하게 느낄수 있다. 그런 내가 비록German shepherd (독일산 세퍼드) Golden retriever (골든 리트리버)같이 황소만한 크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Chihuahua (치와와) 같이 작은 것도 아닌, 중간크기의 Beagle (비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변화가 아닐수 없다. 이름은 큰애가 좋아하던 아기 공룡 둘리에서 따온 둘리 (Dooly)’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작은 아들이 개띠에 걸맞게 개를 갖고 싶어 안달이 났었는데, 우연히 이웃에 사는 여자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마침 친구가 자기 개를 누구에게 주고 싶어 한다면서 한번 확인해 보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저 무심히 듣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남편과 함께 스토어를 간 사이, 그 여자의 친구가 자기 개를 우리에게 주려고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 개의 모든 물건까지 다 챙겨서. 아들 녀석은 신이 나서 정신없이 cell phone (핸드폰)으로 빨리 집으로 오라고 좋아서 펄쩍 펄쩍 뛰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받은 개가 벌써 5살이 다 됐다.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내가 20년 넘게 간직했던 성모상을 떨어뜨려 깨뜨린 일, 테이블위에 올려 놓은 아들의 생일 케잌을 먹은 일, 카펫에 싼 똥, 오줌으로 딲아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얼룩들, 집안 구석 구석에 날라다니는 개털들, 마루위 손이 안 닿는 곳에 떨어진 과자 한 톨을 먹으려고 버둥거리며 마루를 끍어낸 일, 열린 문으로 달아나서 찾으러 다닌 일 등등, 내가 도저히 예상을 못했던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다. 애들이 개를 돌보는 모든 일을—개와 걷는 일, 배변보게 하고 치우는 일, 먹이주는 일, 목욕시키는 일, 개 털 빗기는 일, 개 발톱 깎는 일, 개 침대 빨고 청소하는일 등등자기들이 모두 할 수 있다는 약속을 너무 굳게 믿은 나 자신을 탓 할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제일 문제가 되는 일은 단 몇일간 이지만 집을 떠나 있을 때는 베이비시터 (babysitter)가 아닌 개를 돌봐 줄 dogsitter (개 봐주는 사람)를 구하든지, 일명 dog hotel (개 호텔) 같은 곳을 미리 예약해야 된다. 그래서 개를 키워 보겠다는 사람만 만나면 이런 점을 설명하면서, 애들 믿지 말라는 경고를 해도, 결국에 이쁘다고 샀다가 나와 똑 같은 후회를 하는 부모들을 많이 봤다. 아무튼 애완동물들은 생명을 가진 피조물인 까닭에, 장난감처럼 쉽게 쓰다가 아무때나 버릴 수 없기에, 섣부른 결정을 해서 애궂은 동물만 학대하는 실수가 없기는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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