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의 차이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고, 존칭어 표현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를 할때 몸과 손, 풍부한 얼굴 표정으로 대화를 하는 미국사람들에게서, 특히 손으로 상대방을 가리키면서 ‘You’ 라고 지칭하는 호칭에 당황하거나 기분이 나빠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리고 특히 자식들이 영어로 부모에게 ‘You’ 라고 할때 아무 느낌 없이 듣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상대방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한국에서는 당신이 뭔데.” “당신 잘났어.” 등등 당신이라는 늬앙스가 완전히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주 사무적인 사이가 아닌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상대방 이름을 부르는데 이런 점 또한 적응이 쉽지 않은 문제 중의 하나이며, 아무리 오래 미국에 살고 있어도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를 보면 ‘You’ 라는 호칭에는 금방 적응을 했지만 이름을 부르것 만큼은 같은 동창들을 제외하고는 할수가 없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열명 안밖의 한국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다른 직원들을 부르거나 이메일을 보낼때는 모두 그들의 이름을 사용하고, 그게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 직원들에게는 ‘Mr. Park’ 이나 ’Mrs. Lee’ 등으로 쓰거나 한글로 선생님호칭을 추가한다. (참고로 여기서는 아주 친하지 않으면 결혼같은 사생활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보통 여성들에게는 Miss Mrs. 대신에 Ms.를 많이 쓴다)

 

어느날 회사에서 한 직원의 생일파티를 할때 한국 직원이 함께 있었는데 대화들을 나누면서 계속 ‘Mrs. Mun’, ‘Mr. Park’ 하면서 부르니까 한사람이 의아해 하면서 왜 서로를 그렇게 부르냐고 물어보는데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게 한국 문화에서는 예의에 어긋난다고 하니 놀라는 표정을 지었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이민 온 나이 많으신 어른들은 심지어 Mr. Mrs. 라는 호칭 조차 건방지다고 듣기 싫어하신다.

 

그러나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한국사람끼리 만날때 손을 흔들면서 “Hi”, “How are you!” 하는 인사 대신에 안녕하세요하면서 고개를 숙이면서 하는 인사법은 여기서도 많이 알려져서 크게 의아해 하지는 않지만 호칭 만큼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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