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 (1)

각 나라들의 문화 차이에 대해서 대화를 할때 가장 먼저 주제가 되는 것이 음식일 것이다. 어릴때부터 자라면서 먹던 음식들이 입에 배고, 과학자들 말대로 뇌에 영구히 인식이 된다는데, 내가 보기에 나이가 들수록 어릴 때 먹었던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것 같다. 여기 어떤 임신한 엄마는 입덧으로 무지 고생을 하다가 어릴 때 고향에서 먹었던 향토 음식을 한국에서 친정어머니가 보내줘서 먹고 입덧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음식이 인간의 신체 뿐 만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한국에서 여행 온 한 식구가 호텔에 묵으면서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몸은 피곤하고 배는 고픈데 아무리 둘러봐도 모두 버터와 치즈냄새가 진동하는 음식점 밖에 없어서 한국 식당이 그 근처에 있는지 내게 전화로 애타게 물어 봤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올림픽같은 큰 스포츠 행사를 하면 현지에 사는 교포들이 한국 음식을 (특히 김치) 제공해주든지, 아예 비행기로 공수를 하는 경우를 신문에서 읽었었는데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래서 어떤 여행객은 주방 시설이 안된 호텔에서, 가지고 온 밑반찬과 오징어, 김치, 라면 등을 몰래 만들어 먹다가 냄새가 밖으로 세어나가 곤욕을 치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 역시 이삼일 정도의 여행은 한국 음식 없이 지낼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입이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좀 긴 여정 일때는 미리 호텔 예약을 할때 되도록 주방이 있는 곳을 고른다. 그렇다고 호텔에서 된장국이나 김치찌개는 바로 못 해먹어도 미리 만들어간 음식을 전자렌지 (microwave oven) 정도로는 데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호텔을 찾지 못할때는 가까운 고속도로상의 휴게소나 공원을 일부터 찾아서 한국식사를 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곤 한다. 워낙 고속도로 주변에 운전자와 그들의 애완동물을 위한 휴게시설이 식탁과 함께 잘 설치돼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나를 짜증나게 하는게 하나 더 있는데, 밥을 먹을 시간이 되서 배는 고파오는데 고속도로 출입구나 휴게소 몇마일을 앞두고 설치되어 있는 대형 칼라 광고판들은 온통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Taco (타코: 멕시코 음식), 도너츠, 아이스크림등으로 장식 되어있다. 치즈와 피자소스가 녹아서 흘러내리고 고기가 알맛게 구워져서 바베큐 소스가 함께 얹어져 있고 도너츠위에 하얀 설탕으로 만들어진 크림과 쵸코렛, 그리고 무지개 색깔의 깨처럼 작은 사탕들로 잔득 발라져 있는 유혹적인 광고들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입에서 군침이 도는지 앞에 가는 차들이 하나씩 하나씩 앞다투어 그 장소를 향해서 빠져나간다. 그러나 나는 배가 고파옴과 동시에 위()에서 느끼한 고기 냄새가 올라오면서 머리가 아파온다. 여기 와서 첫 일년 동안은 그런 음식을 맛 있다고 잘 먹었었는데 점점 살아가는 년수가 길어질수록 예전에 먹었던 음식들을 찾게 된다. 우리애들도 첫째는 8살에 여기에 와서 그런지 어른이 될수록 한국 음식을 선호하고, 둘째는 18개월때 동생이 생기는 바람에 일찍부터 유아원엘 갔는데, 거기서 점심으로 주는 미국 음식에 길들여지다 보니 미국 음식을 더 좋아하고, 세째는 어릴때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국 종류의 한국 음식을 자주 먹였더니 어느 음식이나 다 좋아한다. 한국 운동 선수들이 해외 경기에서 우승을 해서 인터뷰를 할때 김치를 먹고 힘을 내서 이겼다는 소리가 그냥 우스개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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