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 (3)

예전에 남편의 선배 부부들과 웨스트버지니아 (West Virginia) 를 3일 정도 다녀 온 적이 있었다. 출발 하기전에 여러 사항들에 대해서 서로 의논하면서 이번 여행은 부인들도 좀 편하게 모든 식사는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모두들 만장일치로 찬성을 했다. 아침 일찍 목적지를 향해 출발을 했지만, 적지 않은 일행이라서, 점심도 먹고, 휴게소도 들리고 하다 보니, 꼬박 하루가 다 걸려서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일정에 맞추어서 관광도 하고 점심도 먹고 모든일이 다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고, 다음날은 날씨도 안좋은대다 일정이 빨리 끝나서, 조금 일찍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부터 저녁으로 무얼 먹느냐로 의견들이 분분해 지면서, 남편들이 미국 음식을 도저히 먹지 못하겠다면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식당에서 모든 끼니를 해결하기로 한 결정을 순진하게 믿고 있었던 나는 이런 불만들이 터져나오자 황당해 하면서, 이런 오지에서 어떻게 한국 처럼 산기슭에서 닭도리탕이나 매운탕 등을 제공하는 식당들이 어디에 있다고 저렇게들 불평들을 하고 있을까 하면서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한 부인이 먼저 우리가 쌀과 김치를 좀 갖고 왔는데 누가 좀 더 음식이 있으면 함께 만들어서 저녁으로 나누어 먹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와 동시에 나만 제외한 모든 부인들이 우리도 쌀과 밑반찬이 있다, 밥통도 갖고 왔다, 컵라면도 있다 면서 다들 제각각 한국 음식을 잔득 미리 준비하고 왔던 것이었다. 아마도 미국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에 다시 자기들 방으로 돌아가서는 따로 한국 음식을 식구끼리 먹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갖고 온 반찬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으니, 전형적인 경상도 스타일의 남편들이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는지 어느 정도 알것 같았다. 결국 조금 큰 사이즈의 호텔방을 쓰는 한 가족의 방에 모두들 모여서 각자 꾸려온 반찬을 내놓고, 전기 밥통으로 밥을 하고, 컵라면을 국으로 해서 그 많은 일행이 저녁을 먹었는데, 당초에 세운 계획을 고지식하게 믿고 그냥 온 우리 식구는 마치 남의 밥을 훔쳐 먹는 기분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중 한 부인이 내게 마치 큰 교훈을 가르쳐 주듯이 이 엄마는 미국식으로 완전히 식성이 바뀌었나봐. 남편을 좀 생각해서 어느 정도는 한국 음식을 준비해 와야지 어떻게 그냥 올 수 있어? 우리에게서 남편 챙기는 걸 좀 배워야 겠어.” 하는 것이었다. 결국 단체가 정한 결정을 따른 나는 완전히 나쁜 마누라 처럼 돼 버렸고, 애초부터 이런 한국 음식에 대한 희망사항을 건의 조차 하지않고 마치 부인들을 아주 사랑하는 남편들인 척 한 그 남자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화가 났고, 더우기 남편들을 마치 외동아들 처럼 너무나 완벽하게 잘 챙겨주는 그 부인들을 보면서, 언제 이런 아줌마들은 현모양처라는 허울 좋은 틀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동시에 존경해 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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