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들

항상 내가 여기서 놀라는 것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기 표현을 너무나 조리있게 잘 말한다는 것이다. CNN이나 여러 주요 방송들의 대담프로를 보면, 여러명이 제각각 자기 주장들을 논리있게 펼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 직원들이 자기 의견을 조목 조목 아무 꺼리낌없이 잘 말하는 걸 보면서, 감탄을 하게 되는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저런 말을 어떻게 감히 할수 있을까 놀라고, 또 그런 말을 해도 참 잘 경청 한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란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 사람들은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거침없이 술술 말을 할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선 어릴때 부터 말을 자유롭게 할수 있는 환경을 가정에서 부터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내가 앞서서 언어 문화에 대해서 썼던것 처럼,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상대방을 “you”라고 하면서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할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끔씩 외국 영화를 보면 어린 손자와 할아버지, 혹은 부모와 자녀들이 마치 같은 나이의 친구들 처럼 얘기 하는 장면이 나오는것도 이런 문화적 배경인 것 같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많이 하는 ‘show & tell’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학교에 가지고 와서 애들에게 설명해주면서 자랑할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그러나 동물이나 위험한 물건은 금지된다.) 역시 여러 사람 앞에서 얘기를 잘 할수 있게 훈련 시키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 인것 같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제일 큰 이유는 누가 어떠한 주장을 펼치든 명령 체계로 된 군대가 아닌 이상, 당사자의 마음에 들던지, 안 들던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 때문에, 나이가 많거나 그 쪽 숫자가 더 많다고 윽박지르며 중단시키거나 야유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를 보면 선천적으로 명랑해서 말도 잘 했을 것 같은데, 여러 사람 앞에만 서면 무릎부터 떨리기 시작하고,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머리가 멍멍 해진다. 머리속에는 말하고 싶은게 많지만, 입으로 조리있게 나오질 않는다. 내가 나를 진단하기에 말을 하기에 앞서서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인것 같다. 우리가 어릴때는 사람들 앞에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자기 생각을 좀 주장 할라 치면, ‘좀 점잖게 있어라’, ‘예의를 지켜라’, ‘철 좀 들어라’, ‘어른들 앞에서 까불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라’, ‘아무리 입이 가지러워도 좀 참고 조용해라’, ‘잘 난척 하지 마라’,  여자애가 좀 조용하고 차분해야지’, ‘체면 좀 차려라’, ‘딴 사람이 뭐라고 생각하겠니등등 말을 아주 잘하는게 버릇없는 것처럼 여겨졌었다. 그래서 말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눅부터 들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먼저 머리에 그리게 되니 당연히 말을 잘 할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말을 잘하라고 보내는 웅변학원들도 하나같이 자기가 생각하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말을 하게끔 가르치기 보다, 쓰여져 있는 글을 외워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의 높낮이를 잘 조절해서 소리지르면 잘 한다고 박수를 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선거에 나오는 한국 정치인들의 연설을 들으면, 초등학생들의 웅변만도 못 한걸 느낀다.

당연히 애들이 습관적으로 남을 비방하거나 상처주는 말을 하면 고쳐 줘야 하겠지만,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며 합리적이고 논리 정연하게 말을 잘 하는 자식이 있다면, 아무리 부모의 의견이 그것과 달라도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들어줄려고 노력한다면 아이의 연설 잘 하는 재능이 빛을 볼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젊은 연예인들이나 대담 프로 진행자들이 우리 때와는 전혀 다르게 아주 말을 재미있게 잘 하는걸 볼 수 있고, 예전의 웅변학원과는 다른 방식의 스피치 클래스 (speech class) 들도 생겨서 각본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걸 가르치는 것같다. 그러나 그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과 말,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가 되지않고 진실성이 결여된다면, 아무리 말을 잘해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니, 결국 그 사람을 신뢰 할수가 없을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만약에 미국에서도 한국 처럼 뚱뚱한 사람이 길을 지나갈때, 야유나 조소를 보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세계 최고의 미국 사람들의 비만율이 쬐끔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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