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좋은 이유

내가 중, 고등학교때는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는가 하는 질문을 받으면, 당연히 가을과 겨울이라고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 대답이 봄으로 바뀌었다. 우선 여름은 너무 더워서 싫고, 가을은 곱게 물든 단풍을 보는게 좋고, 떨어지는 낙옆을 치우는 것도 싫지 않지만, 이제 또 한해가 가겠구나 싶으니 나이 탓인지 우울해진다. 그리고 겨울은 한마디로 너무 추워서 싫다. 눈이 많이 오면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면서 눈 감상을 하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눈이 많이 와서 집 앞뒤 마당의 눈을 치워야 한다면, 그 다음 몇일간은 몸살할 각오를 해야 한다. 예전에는 겨울에 양말을 신는 건, 내 사전에 없던 일이었다. 그래서 추위를 타는 친구들이 나를 보면 혀를 내두르곤 했었는데, 그것도 옛말이 되어 가는지 몇해 전부터 겨울에 양말을 신기 시작했다. 몇해 전 여름에 플로리다를 갔을때, 밖에 몇분만 서있어도 체온을 넘는 엄청난 더위로 땀이 줄줄 흘러내려서, 어떻게 이런 주()에서 살 수 있나 싶었는데, 이제는 왜 노인들이 은퇴 한 후에, 겨울에도 따뜻한 플로리다 (Florida)나 아리조나 (Arizona) 같은 주로 이사를 가는지, 이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처음 내가 정착한 버지니아 (Virginia)가 사철이 분명하고, 서울 날씨 처럼 봄인가 하면 여름이고, 가을인가 하면 금새 겨울이 되지 않고, 봄과 가을이 꼭박 석달씩 가서 참 좋아 했었는데, 이제는 석달 중 아주 추운 두 달 정도도 지겨워서, 은퇴를 하면 다른 주로 이사를 가볼까 하고 가끔씩 생각해 본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플로리다에는 수퍼마켓, 편의점, 식당, 놀이동산, 휴게소 등에서 일을 하는 노인들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만큼 거주민 중에 노인 인구 비율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봄 날씨가 그저 따뜻해서 봄을 좋아 하는 것은 둘째 이유이고, 내가 정말 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겨울동안 마치 죽은것 같던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에서 연두색 잎파리가 푸릇푸릇 가득하게 돗아 나는걸 보고, 또 하루 하루 그 연두색이 진한 청록색 잎으로 바뀌면서 숲을 가득 채워가는 엄청난 자연의 신비와 강한 생명력이, 내게 많은 새 희망과 힘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파트촌에 살면서 절실히 느껴보지 못한 자연의 위대함을 보면서 진정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게 의심의 여지가 없다.

2 Comments

Other Links to this Post

  1. Anonymous — 05/28/2013 @ 10:01 am

  2. Anonymous — 06/06/2013 @ 2:18 pm

RSS feed for comments on this post. TrackBack URI

Leave a comment

WordPress The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