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형, 복수형

영어로 말할 때 쉽게 실수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단수형과 복수형의 단어를 정확하게 구별해서 써야 되는데  생각처럼 쉽게 입에서 나오지가 않는다. 한국어 처럼 단순히 단어 뒤에 ‘…만 붙이는 것 처럼, 영어도 복잡한 복수형이 아닌 이상, 단어 뒤에 ‘s’ 만 붙이는게 왜 어려울까 의아해 할 수 있다. knife knives, foot feet 처럼 단어 자체가 변할 때는 오히려 실수를 자주 하지 않지만, 간단히 ‘s’ 만 뒤에 붙여서 복수가 되는 단어들을 사용할 때는 나도 모르게 ‘s’ 없이 말할 때가 많다. 한국어로 사탕을 샀니?’, ‘사과를 사거라.’, ‘종이를 사야지.’ 하고 말을 하지 사탕들을 샀니?’ ‘사과들을 사거라.’ ‘종이들을 사야지.’ 하고 을 붙여서 말을 하는 경우는, 정확하게 갯수나 량을 강조 할 때 빼고는 드물다. 그래서 영어를 쓸때, candies (캔디즈~), apples (애플스~), papers (페이퍼스~) 하면서 단어 끝까지 정확히 ‘s’ 발음을 해야하는데, 잘 염두해 두지 않으면 ‘s’를 가끔 잊고 말을 하게 된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돈에 대해서는 한푼의 양보도 없고, 절대 손해보는 일을 하지 않는, 철저한 자본주의 문화가 언어에도 영향을 줘서 한개냐, 두개 이상이냐를 정확히 구분해서 쓰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한국에서 재래 시장같은 곳을 가면, 마음씨 좋은 상점 아줌마들이 인상이 좋고 말도 이쁘게 하면 덤으로 더 받을 수 있고, 물건값을 안 깎아주면 에누리가 없다고 하고, 됫박으로 파는 물건을 살 때도 한 줌, 혹은 수북히 넣어달라든지, 설이나 제사가 끝나면 주인이 먹을 음식이 부족해도 손님들에겐 듬뿍 싸주는 정 많은 한국의 문화가 정확히 갯수를 따지는 걸 야박하고 인정머리 없다고 보기 때문에, 정확하게 단수와 복수 개념이 크게 강조되지 않는 이유도 있을것이다.

 

내가 즐겨보는 경제 전문 채널인 CNBC의 일반인들을 위한 경제상담을 들으면서 놀라는 것은 대학을 졸업한 자식들이 독립을 안하고 부모와 한 집에서 살게 되면 방세를 받고 (당연히 부모가 생활비를 대주는 것은 없고), 은퇴한 부모와 함께 살게되면 부모에게서 방세나 전기, 수도같은 관리비를 받고, 부부 사이에도 결혼 전에 개인 재산과 관련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그런 상담 프로들을 보면서 여기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생각하고 쓰는지를 알게 된다. 게다가 1달러 미만인 백분의 일 단위의 센트 (cent)까지 상품 가격표에 정확히 명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한국 물건값에 동그라미가 몇개 들어간 숫자들과 큰 차이를 느끼게 된다. 아들 친구들이 놀러 왔을때 가끔 피자를 시켜주면 어떤 애들은 자기가 먹을 피자 몇조각 값를 내게 지불하려는 애들도 있고, 회사에서 우표 한장을 빌리면서 당연히 44센트를 갚는다. 그러나 여기도 다 사람사는 곳이라 치매 걸린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돌보는 자식들도 많이 있고엄청난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부자들도 많지만, 돈에 관한 개념은 기본적으로 서로 많이 다른 것 같다.

 

수퍼마켓을 가서 똑같은 물건 20개를 사면 계산원이 하나씩 20번 스캔을 한다거나, 아주 간단한 뺄셈, 덧셈도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으면 계산을 못하는 점원들이 많지만, 고등학생때 부터 돈을 벌기 시작하고 세금 보고도 스스로 하면서 돈이 무엇인지 실지 몸으로 배우고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리고 학교에서 인기있는 게임이나 스포츠카드들을 서로 돈으로 거래하기도 하고 (원칙적으로 학교에서는 상거래를 못하게 함), 용돈을 벌기 위해서 동네 어귀에서 레몬 쥬스 (lemonade)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이제 동네 곳곳의 수영장들이 개장을 해서, 인명구조 면허 (lifeguard license)를 딴 고등학생들이 뙤약볕에서 일을 하거나, 여름방학을 맞아 젊은 남녀 대학생들이 식당이나 수퍼마켓에서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나는 식당에서 특별히 대학생 웨이터의 서비스를 받게 되면, 기특한 마음에 팁을 좀 더 주고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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